[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나 진행했다. 12월 30일 종료되는 코스피와 코스닥 연 최종 종가를 맞히는 이벤트였다.
'12·3 계엄사태' 직후라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2430~2440을 오갔다. 그래도 국회가 비상계엄을 바로 멈췄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등으로 상황이 빠르게 정리된다면 다시 정상적인 시장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이걸 맞춰보겠다고 여러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님들께 전화를 드렸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코스피 전망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었다. 2300대부터 2600까지 다양했다.
시나리오별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는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이에 따라 환율이 치솟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증권사가 제시한 이 상황의 가능성은 20% 수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은 탄핵안이 통과되고 조기 대선이 확정되며 안정적인 상황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고, 40여년 만에 계엄으로 경제상황을 최악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기자는 '희망'에 베팅했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여야가 최소한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며 2550을 써냈다. 상황만 잘 풀린다면 기존 증권사가 '적정 밸류에이션'이라 평가한 2600 전 까지는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실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혼란은 더 커졌다. 작년 코스피 종가는 2400에도 미치지 못했다. 환율은 1470원을 넘어 1500원까지 상단을 열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늘 새로운 주식시장이 열렸다. 개장식에 참석한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증시 회복에 힘쓰겠다고 했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특정 정당이 아닌 주식시장의 상승을 의미하는 '빨간 넥타이'를 맸다. 국회에서 본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축사를 한 정치인과 금융당국 관계자 모두 '자본시장 활성화'를 외쳤지만 이를 위해 제시한 방법론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작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한 쪽은 상법 개정을, 다른 한 쪽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었고, 정부여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성과'로 내세운 것은 여전히 다툼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들렸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주식시장 문제의 원인을 '내란사태'란 표현으로 정리했고, 이후 정치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책임을 모두 상대편에 떠넘겼다.
여야정 모두 개인 투자자를 강조하고, 국회는 모두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관심은 기업에 있었고, 서로 앞장서려고 하는 길이 달라 그저 다른 길을 혼자 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연말에 시장 전문가 여러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작년 우리 주식시장이 최악이었던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다들 비슷했다. 문제는 세 나라로 정리됐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중국과 미국의 글로벌 무역다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줬다. 결국 문제는 우리나라의 자생역량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내수경제를 죽인 요인은 무엇인지, 기업의 기술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 주체는 누구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년에 거래소가 올해와 같이 '종가 맞추기 이벤트'를 할 땐 예측이 조금 쉬워질까.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말은 정부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은 당장 내일의 시장도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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