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간담회서 대권 공식 선언
오세훈, 서울시장직 사퇴 부담감
한동훈, 계엄 저지 명분 내세워
오세훈, 서울시장직 사퇴 부담감
한동훈, 계엄 저지 명분 내세워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갖추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와 관련한 체포영장까지 발급되면서 '조기 대선'에 대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층에 가로막혀 조기 대선과 관련한 전략을 꺼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원외 인사들만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과 오 시장의 대권도전은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두고 다퉜던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조기 대선 도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시사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가느냐"며 "조기 대선과 정상 대선, 임기단축 대선 등 모든 경우에 대비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오랫동안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혀온 오 시장도 이번 대권을 기회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현직 광역단체장으로서 대선이 올해 4~5월에 치뤄질 경우 광역자치장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와 조기대선이 함께 치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 시장도 지난달 26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도 사퇴 전력이 있는 제가 다시 또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건 사실 굉장한 부담이고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한편 생각을 해 보면 국가가 위기상황이고 이제 제가 4선 서울시장인데, 이런 공인으로서의 경험을 좀 더 큰 단위의 나라에서 써야 된다고 하는 요구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고민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을 거치며 목소리를 점차 키우고 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배신자 프레임'에 시달린 유 전 의원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강하게 비판을 제기하며 중도보수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의 상태는 우리가 8년 전에 비해 오히려 거꾸로 많이 후퇴하고 지금 상황이 제가 보기에는 당이 훨씬 비정상적이고 심각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기대선 가능성과 이에 대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이 당이 망하지 않도록, 보수가 새로운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저의 모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출마를 시사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정중동을 이어가되 주변에서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전 대표가 12·3 비상계엄 즉각 저지에 나선 점을 복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는 아마 1월부터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정광재 전 대변인도 CBS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지금이 최저점'"이라며 "국민적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정치를 멈출 때까지 정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혀온 박상수 전 대변인은 SNS 글에서 그를 "나보다 더 한 투사(鬪士)"라고 평가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도 지난달 31일 YTN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의 (정치)의지는 굉장히 강하다"며 "국민의 부름이 있을 때"를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4일 사퇴 직후 측근 SNS에 인사를 남겼고, 27일 면직된 송영훈 전 대변인이 '민심의 중앙값'을 호소한 글에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아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수사 지연전략이 급변할 경우 복귀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간 대선 때마다 '대선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아직까지 조기대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조기 대선보다는 의료 대란 해결이라든지 인공지능(AI) 시대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거리를 뒀다.
전혜인·한기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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