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대신 당심을 택한 국민의힘의 대안 없는 반대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후로 외쳤던 변화·쇄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유튜브로 보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해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공개적인 언급을 꺼렸고 일부 의원들은 체포·수색 영장을 청구한 영장전담판사의 탄핵을 검토하겠다며 엄호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의 편지에 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말을 아꼈다. 권 위원장은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편지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배경은 내용 자체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것인 만큼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공식 출범 이후 줄곧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전날 신년사에서도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며 "당의 화합과 안정을 꾀하면서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와 쇄신의 고삐를 더 단단히 조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 가까이 '탄핵 반대',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등만 외치며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관저에 숨어 가지고 수사에 협조를 안 하고 불응하면서 저렇게 선동하는 건 어떻게 보면 불상사를 부추기는 것으로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대통령이 아니라 어느 정치인도 저런 식으로 시위대를 선동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법원의 체포·수색 영장 발부가 편법·꼼수라며 윤 대통령을 감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체포·수색 영장에 법원이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수색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법률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한 것은 사법부 권한 밖의 행위로 삼권분립에 위배해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판사에게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있게 하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 제84조를 보면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닌 직권남용죄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기소할 권한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과 공수처는 편법과 꼼수로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 영장 발부를 자행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무도한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동조하는 행태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판사를 탄핵할 수 있다는 으름장도 놨다. 법사위 소속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에게 "(영당전담판사) 탄핵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 지도부 상의해서 적극적으로 탄핵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방어에 몰두할수록 야당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12·3 비상계엄은 전 국민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내란"이라며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내란 수괴와 한편이 되는 길을 더 이상 걷지 말길 경고한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