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를 맞은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의 신년사에 담긴 핵심 키워드다. 이들은 현 경제 상황을 전례드문 '위기'로 진단하고 '절박함'을 무기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히 '도전'하자고 역설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따뜻한 금융', 내부통제 강화를 통화를 통해 주주와 고객의 신뢰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신뢰와 안정감 필수…따뜻한 파트너십 지속"
양종희 KB금융 회장. [KB금융 제공]
양종희 회장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며, 고객이 안심하고 KB를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주주와 고객의 가치제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양 회장은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따뜻한 파트너십을 지속하겠다"며 "이(異)업종,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해 돌봄사업과 소상공인 지원 등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주주와 시장, 고객, 사회에 더 높은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도록 '효율과 혁신'을 통해 KB의 체력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비즈니스에 효율적으로 자본이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임직원 모두 고객과 회사 가치에 플러스(+)가 되도록 일하는 방식을 체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효율을 바탕으로 업계의 표준으로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방식을 고객들에게 제안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고객이 있는 공간으로 찾아가는 대면채널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금융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 제공]
진옥동 회장은 "올해 '금융인으로서의 의무, 조직 구성원으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금융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대표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서 "내수부진 및 수출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면서 주주 및 시장과의 약속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이행을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도 강조했다. 진 회장은 "보다 실질적인 내부통제 체계가 구동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히 살피고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며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관점에서 금융을 바라보며 본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며 "속도는 빠르게, 절차는 간소하게 개선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이슈 해결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녹색금융 및 전환금융 공급을 늘려 저탄소 경제 전환에 힘을 보태겠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저출산 문제에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고 청년세대 지원에도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결국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 신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지속가능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달려 나가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함영주 회장은 아프리카의 사자와 가젤을 언급하며 "지금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게 뛰고 있느냐"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가젤은 사자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잠에서 깨어나 사력을 다해 뛰고, 사자도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뛴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 해결책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본업 경쟁력 확보를 비롯해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 비용집행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지역별·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신기술과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제휴 지속,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부통제 혁신,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 제공]
임종룡 회장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고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면서 "내부통제 혁신을 통해 그룹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겠다. 올 한해는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뼈아픈 사고로 고객께 심려를 끼쳤고 임직원들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절박한 심정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회장은 "자회사 핵심 사업 경쟁력과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탄탄한 도약 기반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존 관행과 병폐, 음지 문화를 벗어던지고 새롭고 반듯한 우리금융을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하며 "올해는 그 결실로 신뢰받는 우리금융의 새 역사를 쓸 때"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등 세한삼우(歲寒三友)를 거론한 임 회장은 "새해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끈기 있게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며 "금융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을 포용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천해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자"고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