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교황의 올해 첫 미사 메시지는 "낙태 반대, 생명 보호"](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0302102269061002[1].jpg "[글로벌 오피니언리더] 교황의 올해 첫 미사 메시지는 \"낙태 반대, 생명 보호\"")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1일(현지시간) 새해 첫 미사에서 신자들에 낙태 반대와 생명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모든 사람이 여자에게서 태어난 모든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태아의 생명, 아이들의 생명, 고통받고 가난하고 늙고 외롭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 등 소중한 삶의 선물을 보호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각자가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촉구한다"며 "그래야 각자가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개혁적으로 평가받지만 낙태 문제만큼은 보수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요. 지난해 9월 벨기에를 찾은 교황은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1930∼1993)의 묘를 방문해 그를 추켜세웠지요. 교황은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보두앵 국왕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성자'라고 칭송했습니다.
교황은 룩셈부르크·벨기에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교황청 출입 기자단이 낙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낙태 수술을 수행하는 의사는 살인청부업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 당신은 논쟁할 수 없다. 당신은 사람의 생명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의 발언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낙태 찬성론자들은 엑스(X·옛 트위터)에 "보두앵 국왕은 겁쟁이였다"면서 "낙태법 금지가 생명을 구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는 낙태 금지 법률이 오히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면서 교황의 발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교황이 다녀간 뒤 벨기에에선 "낙태는 살인"이라는 교황의 발언에 항의하는 의미로 세례 취소 운동이 벌어져 약 500명의 가톨릭 신자가 세례 취소에 동참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낙태가 가톨릭 내부에서 여전히 뜨겁고 민감한 주제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낙태를 둘러싼 교황청의 보수적인 태도는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낙태 문제는 여성의 권리와 생명의 가치라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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