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빙동삼척 비일일지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0302102369058001[1].jpg "[古典여담] 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빙동삼척 비일일지한>")
얼음 빙, 얼 동, 석 삼, 자 척, 아닐 비, 한 일, 날 일, 어조사 지, 찰 한. '얼음 석자 어는데도 하루 동안의 추위로는 그리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일도 짧은 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슷한 성어로 '삼척지빙 비일일지한'(三尺之氷 非一日之寒)이 있다.
중국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지은 '논형'(論衡) 장류편(狀留篇)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왕충은 "강이 얼어붙는 경우는 하루의 추위 때문이 아니며, 흙이 쌓여 산을 이루는 것도 짧은 순간에 되지 않는다"(河氷結合 非一日之寒 積土成山 非斯須之作·하빙결합 비일일지한 적토성산 비사수지작)며 어질고 사리에 밝은 선비는 자기가 지니고 있는 깊은 학식과 도리가 짐이 되므로 관직에 더 늦게 등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언행이 조심성이 없고 가벼우며 급하게 승진하려는 사람은 일찍 관직에 등용될지라도 직에서 빨리 물러나는 것이라는 얘기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실린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성어와 유사하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은 한발한발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한·중 수교 22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의 추위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는 구절을 인용한 바 있다.
'논형'은 기원후 90년경 만들어진 책으로 한(漢 )나라 시대의 자연관과 사회관, 인간론, 지식론에 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비판서다. '논형'이란 제목은 "논(論)을 저울에 단다","말의 경중을 따져 그 진위를 저울에 달아본다"는 뜻이다. 철학적 사변 경향의 고대 중국에서 유물론적인 태도로 쓰여진 독특한 책이다. 왕충은 당시 황제의 권력 정당성을 하늘(천·天)의 뜻에서 찾던 다른 사상가들과는 달리 "하늘은 의지를 갖지 않고 저절로 그러할 따름"이라며 하늘의 인격성을 부인했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정진(精進)한 다음에야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2025년 을사년 성실하게 맡은 바 일에 노력하는 평범한 국민들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강현철 논설실장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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