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테크티키타카] 美, 망중립정책 폐기 …국내 망대가 법제화 힘받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0502109931029002[1].jpg "[김나인의 테크티키타카] 美, 망중립정책 폐기 …국내 망대가 법제화 힘받는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정책'이 최종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정책 흐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간 망 중립성 원칙을 방패로 내세워 '망 무임승차'를 해온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대한 국내 사업자의 협상력이 커질지도 관심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제6연방항소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는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망 중립성 원칙에 근거한 규제를 폐기하라는 결정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지난해 7월 연방대법원이 법률적 근거가 모호한 사안에 대해 행정부의 규제 권한을 존중하는 '셰브론 원칙'을 무효화한 판례가 주요 근거가 됐다. 이번 판결을 통해 약 20년간 인터넷 서비스를 에너지 등과 같은 공공재로 분류하고 규제해온 접근이 종식됐다는 평이 나온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의 개념으로 보고,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트래픽을 내용이나 유형, 단말, 이용자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다루도록 하는 접근이다. 망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지만,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의 지배력이 더 커지면서 시대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정책은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FCC가 처음 도입했지만, 이후 2017년 공화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때 폐기됐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FCC가 규제를 복원하도록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지난해 4월 FCC가 규제를 부활을 시켰지만, 이번 판결로 효력이 사라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백악관에 두번째로 입성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판결로 망 중립성 정책을 둘러싼 장기 법적 분쟁이 종식됐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FCC 위원장으로 지명한 브랜던 카는 '빅테크 규제론자'이면서 망 중립성 비판론자로 꼽힌다. 카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과잉을 완화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ISP들도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정부가 인터넷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던 시도를 막아낸 승리"라고 평했다. 반면, 기술 기업이나 소비자단체는 인터넷의 공정성과 접근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의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정착한 국내에서는 이번 미국 판결로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이나 정보보호 등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망 이용대가 측면에서 국내 사업자들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이용대가 분쟁으로 망사용료 분담 논의가 촉발됐다. 빅테크발 인터넷 트래픽 급증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공정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실제 2023년 국내 일 평균 트래픽 현황을 보면,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 상위 5개 사업자의 트래픽 비율이 전체의 46.6%를 넘어섰다. 기술력과 거대 자본,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글로벌 빅테크의 '무혈입성'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 경쟁구조와 이용형태가 급변한 상황에서 독점적 사업자로 부상한 이들이 이에 맞는 망 이용대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CP나 오픈넷이 망 이용대가 지불 거부의 근거로 주장해온 망 중립성 명분이 사라진 만큼 법제도화나 사업자간 망 이용대가 문제 해소 측면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그간 국내 사업자와 망 사용료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망 사용료 부과 입법 저지를 위해 구글 등은 망 중립성을 방패로 유명 유튜버와 비영리 법인 등을 여론전에 이용하기도 했다.
국내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 발의한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과 이정헌,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글로벌 CP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망 비용 분담 논의는 인터넷 산업 특성상 통상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어 국제 규범 동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이용자간 직접 보상 외에도 보편적 서비스 기금이나 조세 등으로 빅테크 기업이 망 인프라에 간접 기여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 망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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