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민주당 의원 '공항시설법 개정안' 발의
열화상 카메라는 김포·김해·제주공항 3곳뿐
미국·일본·영국 등 해외는 시스템 구축 나서
시스템 구축 후 중대사고 발생률 6.0%→4.1%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 안전을 둘러싼 대대적인 점검과 규제 재정비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심스럽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받친 콘크리트 둔덕 등이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소요 시간을 예측하기 힘든 데다 안전 우려가 잇따르면서 정치권에서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함께 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 화상 카메라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항시설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각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등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섣부른 추측이나 단정은 경계해야 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 자체가 항공 사고를 일으키는 위험 요소로 꼽히는 만큼 사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토부 발표를 보면 사고가 난 여객기는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받았다. 이어 몇 분 지나지 않아 조종사는 관제탑에 '버드 스트라이크'를 외치며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운항 중인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충돌 과정에서 조류가 엔진 등 핵심 부품에 빨려 들어가거나 항공기에 큰 충격이 가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 화상 카메라의 경우도 설치 공항이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3개에 불과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발표한 '2016~2021 야생동물 충돌 분석 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으로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사고는 2001~2007년 4만2508건, 2008~2015년 9만7751건, 2016~2021년 27만3343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6~2021년 발생한 사고 중 46%는 공항 착륙·접근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안전재단 항공안전네트워크(ASN)이 발표한 '2022~2024년 전 세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를 분석해 봐도 2022년 139건, 2023년 161건, 2024년 133건으로 3년간 43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기 제작사별로 살펴보면 보잉, 에어버스 항공기 사고가 각각 137건(31.6%)으로 가장 많았고 보잉 737-8 항공기 사고는 총 62건에 달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 화상 카메라 같은 첨단 장비를 도입해 항공기가 이착륙 과정에서 조류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조류 충돌로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것을 계기로 2012년 공항에서 조류 탐지 레이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조류 탐지 레이더를 바탕으로 야생동물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소음이나 시각 억제 장치, 특수 무인 항공기 시스템(UAS) 등을 활용해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를 방지하는 식이다. 그 결과 야생동물 충돌사고는 2010년 9905건에서 2019년 1만7228건으로 약 1.7배 증가했으나 중대사고 발생률은 같은 기간 6.0%에서 4.1%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2012년 하네다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감시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BIRDS)을 설치했다. 영국 히스로공항,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역시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전세계 항공기와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전무했다"면서 "앞으로 우리 국민 단 한 사람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지 않도록 국내 모든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 열 화상 카메라 등이 설치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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