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엄중한 재계, 위기극복 `원 팀`이 필요할 때](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0602102269781001[1].jpg "[박정일 칼럼] 엄중한 재계, 위기극복 `원 팀`이 필요할 때")
그렇지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총수들은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관이 '원 팀'이 돼야 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기업가들은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여야 정치권에 요청했다. 최 회장은 "경제에 있는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지금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된다면 그 여파를 가늠하지 쉽지 않다"며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위해 힘을 더 모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상황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일단 당장 치솟는 환율에 물류비와 투자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환율의 경우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조만간 달러 당 1500원 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재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환차익보다는 달러로 구입하는 원재료값 부담이 한층 가중된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소재·부품·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은 환 헤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소부장 기업들은 원가 부담은 그대로 떠안으면서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압박이 가중된다.
물류비 부담 역시 발등의 불이다.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한층 가중된 물류비 부담에 비상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413명)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SCFI는 직전 주보다 70.17포인트 오른 2460.34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12월 22일(1254.99)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물류비 부담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매출액 500억원 미만 기업의 물류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7.8%로,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의 물류비 비중 4.4%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인상 등 통상압박 가중, 야당의 상법개정안 강행처리 등 경영 리스크 압박 등 올해 가중되는 경영부담은 헤아릴 수도 없을 지경이다. 정부는 물론 국내·외 민간경제연구소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고 있지만, 면면을 보면 올해 한국 경제는 그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 '안갯 속'이다.
올해 기업들의 신년사에서 드러난 해법은 '기술'과 '고객'이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한 신년사에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도전과 변화의 정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기업가 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국가와 내수 시장에 기댈 수 없는 우리 기업들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주요 재계 인사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는 위기 때마다 더 강해져 왔다"며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노동계도 비록 각자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해주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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