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보안통신망 계약 등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시장 선두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시장 선두
![[테크&포커스] `안보 핵심` 통신도 美 독식?… `머스크-트럼프` 시너지 이미 시작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0602109931029005[1].jpg "[테크&포커스] `안보 핵심` 통신도 美 독식?… `머스크-트럼프` 시너지 이미 시작됐다")
'안보 핵심'으로 꼽히는 위성통신 시장에서 미국발 정치바람이 심상치 않다. 일론 머스크의 기술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세계 각국의 전략자산이자 핵심 산업인 통신 인프라마저 미국의 발 아래에 둘 기세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저궤도 위성 시장 지배력을 등에 업고 글로벌 통신망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 보안통신망 구축 사업과 관련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2조원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탈리아 정부가 사용하는 전화와 인터넷 통신을 최고 수준으로 암호화하기 위한 것으로, 규모는 15억 유로(약 2조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는 암호화 기능 제공과 함께 지중해 지역의 이탈리아 군대를 위한 통신 서비스, 테러 공격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긴급 상황에 사용하는 '다이렉트 투 셀' 위성 서비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가 운영의 핵심인 보안통신망을 미국 기업에 내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종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승인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특히 이 계획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직후 전해져 트럼프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와도 오랜 친분을 이어왔다.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이미 머스크와의 시너지가 가시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계약은 저궤도 위성통신을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 기업 대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머스크의 전략을 보여준다. 특히 위성인터넷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방위산업과 첨단 기술의 핵심 기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스타링크를 통해 통신산업뿐 아니라 드론, 자율주행차 등 다른 미래산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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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는 이미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7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려 글로벌 위성인터넷 경쟁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향후 최대 4만2000개로 위성을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100여개 국가·지역의 400만명이 스타링크를 이용하고 있어 지난해 기준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기지국을 통하지 않고 저궤도 위성통신과 단말기가 직접 통신하는 '다이렉트 투 셀(DTC)'은 102기를 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운로드나 동영상 전화 연결도 가능하다. 각국 이동통신사들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방위 목적에 특화한 군사용 위성 서비스 '스타실드'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타깃 추적이나 광학 및 무선 정찰, 미사일 사전 경고 등 광범위한 감시 기능을 제공하는데, 지난해 기준 98개의 스타실드 위성을 발사했다. 업계에서는 스타실드가 미사일 요격, 무기 지원 등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통신이 아니라 안보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는 셈이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의 위성 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국방과 안보는 각국의 핵심 관심사로,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트럼프 파워가 머스크를 밀어주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올해 군통신망 구축과 별개로 SK텔링크, KT SAT, LG유플러스를 통해 스타링크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통신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만큼 선박, 항공 등에서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커넥티드카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스타링크는 데이터 수집, 소프트웨어(SW) 자동 업그레이드 같은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링크 서비스는 인구절벽 상황에서 인프라 유지가 어려운 3000명 이하 군 단위 지역에서 시간이 지나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율차 부문에서는 운전습관이나 도로정보 데이터 수집 등을 구축해 관련 기술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안보망을 스타링크 같은 민간 서비스에 의존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망은 다각도로 독자적인 망을 구축하거나 민관 컨소시엄 형태로 보완해 이중화, 삼중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컨소시엄을 활용해 민관 등 다각도로 위성통신망을 구축해 독자적인 안보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군 위성통신망을 구축해도 이와 별개로 대안이 있어야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자유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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