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각각 4%, 2%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경신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량을 늘리며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올해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전기차 성장 동력 약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관세 인상 등이 예상되기에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대미 사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무뇨스 사장은 "우리는 인센티브가 아닌 사업 기회를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 사바나 투자 프로젝트인 HMGMA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이곳에서 몇 년간 연간 30마대에서 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아이오닉 5의 생산을 시작으로 곧 아이오닉 9도 생산할 예정이고, 이번 분기 내로 그랜드 오프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최초 외국인 CEO(최고경영자)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과 함께 지난 사장단 인사에서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임명된 성 김 현대차 사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너무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성 김 사장은 "현대차는 오랫동안 긴 호흡으로 계획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상황을 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뇨스 사장과 성 김 사장의 북미 사업 관련 자신감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날 신년회에서 강조한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정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변화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지만 이로 인해 움츠러들어 지키기 위해 급급한 것이 아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책에 맞춰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어떤 포트폴리오를 갖고 가느냐, 모델 믹스를 어떻게 하느냐, 혹시 있을 관세 부분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흡수하고, 시장이 수용할 부분들은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가느냐가 현재 중요한 이슈"라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 자체가 남들보다 뒤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유연성이 다른 데보다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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