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리자드는 6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로널드 템플 라자드 시장전략수석은 "지금까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상원과 하원도 공화당이 모두 차지한 만큼 새 행정부가 상당한 추진력을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규제 완화와 관세, 이민 정책, 세제 개편, 연준의 독립성 등 5가지 주요 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와 금융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화석 연료 탐사와 생산을 확대하고, 환경 규제가 완화돼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공급 증가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에너지 수출 허가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대형 은행에 대한 자본 요건 강화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권한 축소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60%의 관세와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가 최대 100bp(1bp=0.01%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100bp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템플 수석은 "관세 정책은 기업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쳐 소비재 기업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에너지, 금융 서비스, 유틸리티, 부동산 분야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정책도 경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약한 바 있다. 보고서는 130만명의 노동자를 추방할 경우 노동 인구와 소비자의 급격한 감소로 2026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50bp 이상 상승하고, GDP는 70bp 넘게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법인 세율을 21%에서 15%로 인하할 경우 S&P500 지수의 수익률을 약 400bp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고, 현재 완전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대통령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중국이 비대칭적인 보복 조치와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을 높이고, 유로존도 미국의 무역 정책과 안보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유로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널드 템플 수석은 "올해는 새로운 과제와 기회가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고, 투자자들은 탈 세계화와 다자주의, 지정학적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