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취약성 정밀조사 하는데
계엄 수단 동원 않으면 불가능"
'선거 무결성 논란' 비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변론기일이 오는 14일 시작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국가 선거관리시스템의 조사 필요성을 핵심 변론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시 과천 중앙선관거관리위원회와 수원시 선거연수원 등에는 국회에 투입된 규모보다 많은 300명가량의 계엄군을 투입해 서버를 촬영하는 등 점검을 벌인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제시하는 논리는, 2020년 4·15 총선 이후 본격 대두되기 시작한 선거시스템의 해킹 취약성 논란과 관련 2023년 10월 국정원이 중앙선관위 시스템을 점검한 후 내놓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선관위 시스템을 정밀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이는 계엄이란 수단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의 주요 변론 전략이 선관위 시스템의 추가적 조사 불가피성에 맞춰지면서 국회보다 선관위에 더 많은 인원의 군을 투입하고 더 오래 머물며 조사했던 이유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의 활동과 결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난달 12일 담화에서 "선관위가 국가정보원의 시스템 점검에 일부만 응했고, 국정원의 해킹 시도로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며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정원은 선관위 전체 시스템의 5% 정도만 점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국정원은 대통령실에 보고한 문건에 선관위 투개표 및 선거인 명부 시스템 등에 대해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국정원 점검 이후 선관위 시스템의 추가 조사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투·개표 관련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경의 선관위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고 중앙선관위와 각 광역지자체 선관위, 각 지자체 선관위의 위원장을 대법관, 지방법원장, 지법지원장 등 판사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의 발급 주체와 피수사자가 동일한, 특수한 관계도 작용한다.
국정원의 선관위 시스템 해킹 취약점 발견 외에도 2020년 21대 총선과 2024년 22대 총선과 관련해 민간에선 '부정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민간에서 제기된 선거소송들은 법원에 의해 거의 모두 각하 또는 기각됐거나 패소했다.
법원과 동체라 할 수 있는 선관위가 피고이고 재판은 법원이 맡는 구조라는, '기울어진 법정'이 작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이 때문인지 '선거 무결성'에 대한 의혹은 휘발성 강한 이슈로 계속 존재해왔다.
윤 대통령도 담화에서 이러한 국가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며 비상계엄이 이를 해결하려는 긴급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이 '선관위 전산시스템 해킹 및 데이터 조작 점검 차원'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면서 헌재 변론 과정은 '선거의 무결성'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이를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란죄' 혐의를 제외하고 '계엄 위헌성'만 다투기로 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계엄이란 비상수단을 통하지 않고서는 국민적 의혹이 짙은 국가 선거관리시스템을 점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헌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