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사무소 개설·솔루션 제공 등
신흥국 시장서 돌파구 찾기 잰걸음
국내 넘어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신흥국 시장서 돌파구 찾기 잰걸음
국내 넘어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중동 오일머니'를 시작으로 수출 물꼬를 튼 국내 보안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DX)을 이제 막 시작하는 신흥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현지 전문 전시회에 참여해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뿌리내리기에 힘쓰고 있다.
보안 전문기업 씨큐비스타는 6일 해외 보안솔루션 공급 파트너인 인터시큐테크와 협력해 인도네시아 은행권에 패킷사이버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씨큐비스타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거둔 첫 공급 사례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이번 진출을 기점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보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전덕조 씨큐비스타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장 확대를 통해 더 많은 기업에 안심할 수 있는 보안 환경을 제공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해 해외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니언스, 안랩 등도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제로 트러스트(ZTNA) 등 최첨단 보안 기술을 바탕으로 현지 고객들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입지를 키우고 있다.
지니언스는 최근 두바이 인터넷시티(DIC)에 새로운 사무소를 개설했다. DIC는 중동 정보통신 산업의 중심지다. 지니언스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지니안 NAC'를 앞세워 중동 내 고객사를 2년 만에 2곳에서 약 50곳으로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또 EDR 솔루션을 추가하며 현지 보안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지니언스는 DIC를 기반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지난해에 해외사업팀을 해외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전 시스코 사업본부 임원을 영입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최근 북중미와 남미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 아프리카,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케냐, 튀르키예 등에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 SITE와 합작법인 '라킨(Rakeen)'을 설립하고,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엔드포인트 보안, 네트워크 보안, 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안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파수는 베트남 대표 보안기업 엠브이테크(MVTech)그룹과 손잡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양사는 동남아시아 기업과 기관의 데이터 보안 강화와 디지털 혁신을 위해 파수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해외 수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객층이 제한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안기업의 매출 악화 요인을 묻는 조사에서 기업의 절반인 50.0%가 '기존 고객사 납품 감소 및 해지'를 꼽았다. 이어 경기 위축(44.4%)과 업계 간 경쟁 심화(27.8%)가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전환과 사이버 보안 수요가 급증하는 신흥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중동에선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주요 기관과 대기업들이 한국 보안 솔루션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동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GITEX 2024'에 국내 보안기업들이 참여해 수출 계약 성사로 연결시켰다. 행사에서 지니언스, 엑스게이트, 모니터랩 등 12개 보안기업이 수출 계약 1건을 맺고 1000여건, 551만달러(약 80억8812만원) 규모의 상담을 진행했다.
정부도 나서서 보안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동남아, 중동 등 신흥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구성, 다자간 개발은행(MDB) 기금과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국내 정보보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전 주기에 걸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타깃 시장 선정부터 시장 진출 준비, 프로젝트 제안, 사업화 추진까지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부수적인 요소로 여기는 곳이 많아 내수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신흥 시장에서 보안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매출 증가를 위해 해외 진출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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