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어음 못막고 회생절차 신청
미분양·PF 전환 실패 등 맞물려
업계 경기 부진 속 위기감 고조
미분양·PF 전환 실패 등 맞물려
업계 경기 부진 속 위기감 고조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 등으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가 초비상이다.
지난해 1~11월 국내 건설업체 27곳이 부도를 냈다. 2019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도를 낸 업체들이 대부분 지방 건설사인 것과 달리 신동아건설은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종합 건설사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더 크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58위를 차지한 중견기업이다. 신동아건설은 63빌딩(현 한화생명 63빌딩)을 지은 시공사로 유명세를 탔다. 1985년 준공한 63빌딩은 당시 동아시아 최고층 빌딩으로 30년 넘게 여의도 랜드마크 자리를 지켰다.
신동아건설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완전 자본잠식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 작업을 거쳐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19년 11월, 10여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22년에는 파밀리에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재도약을 선언했다. 하지만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악화로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신동아건설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아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정한 경남 진주시 신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의정부역 초고층 주상복합 등의 현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실패와 공사비 미수금 증가 등이 맞물렸다.
이 같은 재무상황 악화는 이미 지난해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2021년 2641억원 수준이던 금융부채가 2022년 5118억원으로 1년새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에는 7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밖에 2023년 말 기준 7000억원에 달하는 PF관련 신용보강 대출잔액의 만기가 대부분 2년 이내에 몰려 있었고, 신동아건설이 책임준공 관련 보증을 제공한 대출잔액도 2500억원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 침체, 비아파트 수요 급감, 공사비 상승 문제 등 최근 건설업계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불거진 PF 우발채무 위험에 최근 경기 침체로 건설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업계에선 신동아건설을 신호탄으로 건설업계 전반의 경영난이 본격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공사비 현실화 등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2023년 4분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하락세가 지속됐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건설투자가 작년 동기 대비 1.3%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실제로 건설경기실사지수(BSI)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분양 주택도 최근 3년간 약 5배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사비는 2020~2023년 30% 상승하고, 나아가 PF 시장 경색과 금리 상승 등으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어려워지며 착공 물량이 급감,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래 매년 유례없는 위기라고 하지만 작년부터는 정말 체감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올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업계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황이라는 것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가중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위권 안에 드는 신동아건설도 어려운데 그보다 작은 업체 중에는 당장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려운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영·김남석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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