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변수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2024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규모가 345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신고금액은 2022년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한 후 3년 연속 300억 달러대를 유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도착금액은 147억7000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24.2% 줄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하에서 외국인투자가 345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은 글로벌 투자가들이 최근의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유형별로는 공장 등 신·증설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는 전년보다 13.5%늘어난 267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번 그린필드 투자액은 최대 실적 경신하며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합병(M&A)투자는 78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보다 14.5%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는 감소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 52억4000만 달러로 14.6%, EU는 51억 달러로 18.1% 각각 감소했다. 미국과 EU 투자 감소는 '역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EU의 리더십 교체 등 정치적 변화에 따른 관망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의 투자는 61억2000만 달러(375.6%), 중국의 투자는 57억9000만 달러(266.1%)를 각각 기록해 큰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해다. 관세 정책 등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있는 데다, 내수부진 속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선 한국의 불확실성 해소와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엔저 현상이 반영돼 투자가 증가하고, 중국의 그린필드 투자가 늘어난 배경에는 국내 사양 사업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미국은 리쇼어링 등 자국 내 한국 기업을 끌어오려는 성향이 반영돼, 외국인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미국과 단순히 통상 협정을 넘어서, 미국과 연계한 공급망을 구축해, 한국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돼야한다. 미국 내로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다 보면 대기업도 안으로 들어가게 돼 외국인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법인세 감면, 세제 지원 등으로 외국인 투자 유인을 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적 불안 등을 종식해야 국내 투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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