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채용 시장에 인공지능(AI)발 변화 회오리가 거세다. 개발자들은 안 그래도 얼어붙은 채용시장에서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AI를 제대로 못 쓰는 개발자는 설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7일 공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시장의 변화와 생성형 AI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AI는 특히 초급 SW개발자들의 일자리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중·고급 SW개발자 역시 AI발 변화에서 비껴나 있지 않다.
최근 국내외 고금리 상황과 벤처투자 감소로 SW개발자 채용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국적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금액(총 6조863억원)과 투자 건수(총 1336건)는 각각 전년보다 20%, 27%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스타트업업계에서 퇴사자 수가 입사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급 개발자와 AI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생성형AI가 초급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이 개발자 180여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생성형AI가 개발자 업무를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은 83.6%에 달했고, 완전히 대체 가능할 것이란 답변도 8.2%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생성형AI 도입으로 2027년까지 SW개발자의 80%가 역량 향상이 필요하고, SW개발자의 역할 또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PRi는 이번 보고서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 7명과 심층 인터뷰를 갖고 의견을 종합했다.
생성형AI가 현재 초급 개발자를 대체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미 실무에서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 채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까진 미치고 있지 않다고 본 이들도 초급 개발자들이 단순반복적인 개발만 하거나 업무 영역을 한정한다면 장기적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봤다. 앱 배포, 테스트, 품질보증(QA) 등은 아직 사람이 직접 하지만 이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다수였다.
다만 생성형AI 도구가 초급 개발자들의 역량 향상과 업무범위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급 이상의 SW개발자들이 수행하는 복잡한 업무는 당분간 생성형AI가 대체하긴 어렵다고 의견이 여럿 있었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고급개발자가 개발업무에서 탈피, 개발관리 전문가로 거듭나는 방향으로 인력 활용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AI 발전으로 개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SW개발자들에 요구되는 개발 역량 수준도 점차 상향평준화될 것으로 봤다. 기존 개발환경이나 분야별·스택별 전문 개발자 또는 멀티 랭귀지(개발언어)에 대한 채용 수요는 줄어들고, 학습 능력, 이슈의 본질적 이해 및 문제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모듈 디자인 능력, 생성형AI 도구가 제공하는 지식에 대한 판별 능력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SW개발자에게 단순 코딩능력보다는 AI도구를 활용한 문제해결 능력, 통합적인 시스템 설계 능력, AI와의 협업능력이 중시될 전망이다. 협업,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등 소프트스킬이 더욱 중요해지고 AI 윤리 및 위험관리 역량도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SW개발자 수준별 역할 차이가 커짐에 따라 관련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철 SPRi 소장은 "앞으로 SW개발자는 생성형AI를 동반자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정책은 고급 개발자와 초급 개발자를 구분해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생성형AI는 피어리뷰 등을 대신 수행하며 초급 개발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초급 개발자들이 생성형AI를 잘 다루면서 빠르게 고급 개발자로 올라설 수 있도록 교육을 포함해 정책적인 지원과 환경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