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I, 이공계 대학원 혁신방안 보고서
실무 중심 '석사', 연구 중심 '박사' 투트랙
학령인구 감소와 저출생을 대비해 교수 연구실 중심의 이공계 대학원의 R&D에 대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이공계 대학원을 실무·현장 중심의 '석사중심 대학원'과 연구 중심의 '박사중심 대학원' 등 투 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이런 내용의 이공계 대학원 혁신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한 'STEPI 인사이트(제337호)'를 펴냈다고 7일 밝혔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대기업 취업 선호 등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공계 대학원은 심각한 질적·양적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저출생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로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2040년대는 이공계 대학원생이 현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고, 이럴 경우 박사 인력 양성은 우수 연구중심대학과 수도권 일부 대형 사립대학, 지역거점 국립대학 등 약 20곳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많은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연구역량을 기준으로 교원을 확보해 왔다"며 "하지만 실제 대학의 여건은 대학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여 대학의 획일화와 서열화를 초래했고,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대학이나 학과, 조직이 아닌 개인 단위에서 지원되며, 이마저도 경쟁방식을 통해 이뤄짐에 따라 교원 개인의 연구비 확보 부담이 매우 큰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대학 자체 재원이 부족해 대학재정지원에서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각종 평가에서 연구논문 실적이 중요하게 작용해 대학 특성화 정착이 쉽지 않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대학의 획일화·서열화 △지역대학의 위기 가속화 △사회적 수요와 과학기술 인력양성의 괴리 △집단연구 미정착 △대학원생 지원 부족 △박사후연구원의 불안정한 처우 등을 유발했다고 짚었다.
대학원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석사중심 대학원은 실무·현장 중심의 인력 배출을 위한 교육과 R&D를 지원하고,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과 지역거점 및 연구분야별 특화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특히 지역 및 중소형 대학원은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한 R&D 및 산학협력을 지원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범 STEPI 선임연구위원은 "교수-석박사 대학원생-지원인력으로 구성된 교원 연구실 단위의 대학 R&D 체제는 더 이상 지속이 어렵다"며 "국가적 현안 해결과 미래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교원의 연구·교육 역량 강화와 대학원생에 대한 안정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