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호주식보유 비율 감소세…미국은 '0'
"상장폐지 기준 강화해 좀비 기업 퇴출해야" 목소리도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모회사·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일본 거버넌스 개혁 추이와 2025년 전망, 한국에 시사점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료시로 고다이라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는 일본 내 기업가치 제고 현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본 기업간 상호출자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1990년 당시 일본 전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상호출자 비율은 50%에 달했다. 그동안 일본 재계의 상호출자는 기업가치 제고의 장애물로 지적받았다. 상호출자 포트폴리오가 많은 기업은 일반적으로 출자 주식을 거의 팔지 않고 현금을 더 잘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순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고 이로 인해 수급 불균형 심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은 상호출자 문제를 해소하려 2010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호보유 주식 규모와 기업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특히 작년에는 경영상 또는 업무상 상호보유의 구체적인 목적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매각을 압박했다.
이 결과 일본의 상장기업 상호주식보유 비율은 2008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9년 기준 일본의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 비율은 6.11%로 집계됐다. 미국은 0.52%, 독일은 2.14%, 영국은 0%다. 반면 한국은 8.47%에 달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도 한국의 겹치기 상장 문제를 지적하며 "일본은 감소세, 미국은 중복 상장 건수가 하나도 없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자회사 동시상장, 분할상장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에서의 내부 평가 기준 중 하나가 상장 기업 수"라며 "기업의 퀄리티나 밸류에이션을 중시한다기보다는 양적인 숫자를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한데, 이런 것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또한 "우리는 멀쩡한 상장회사를 인적분할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를 계속 상장하는 매우 기형적이고 전 세계에 없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복수상장이 한 400개 이상이다. 하반기에도 복수 상장이 예정돼 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짚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퇴출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버넌스 코드 이행, 유동주식 비율 등을 상장 유지 조건으로 부여하고, 시총, 매출액 기준을 상향하는 등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해 좀비 기업을 퇴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료시로 고다이라 일본 닛케이 신문 선임기자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일본 거버넌스 개혁 추이와 2025년 전망, 한국에 시사점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