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저지 경호처 방임"이라며
8일 쌍특검법 재의결하게 되면
'거부권 행사' 행위도 함께 인정
崔, 정치와 거리두고 역할 수행
더불어민주당이 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권한대행이지만 '내란 행위'를 방관했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논리적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대행이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8일 '쌍특검'법까지 재의결하면서, 당초 입장과 달리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자체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내란극복·국정안정특위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행은 내란의 행위들이 유지되도록 사실상 업무를 방관하고 있다"며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위는 "지난 3일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토대로 경찰과 함께 윤석열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나섰으나 경호처의 물리력 행사로 5시간 만에 영장 집행이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따르면 최 대행은 공수처의 협조 요청에는 침묵하고 한남동 관저에는 경찰 추가 배치가 가능한지 검토를 해보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는 박종준 경호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 대행이 상설특검에 대한 후보자 추천 의뢰와 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 등 직무를 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당은 이 같은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수사기관에서 고발 즉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초 민주당은 최 대행을 두고도 한덕수 전 대행과 마찬가지로 탄핵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이은 탄핵으로 국정 공백과 경기 침체를 부채질한다는 역풍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고발로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다만 이 결정으로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 대행의 지위를 인정해줌으로써 애초 입장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권한대행의 법안 거부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8일 '쌍특검법'까지 재의결하면서 거부권 행사 행위를 인정해주는 셈이 됐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달 31일 '쌍특검법'(윤석열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 한 전 대행은 지난달 19일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딜레마에 빠진 건 최 대행도 마찬가지다. 최 대행은 여야의 요구 어느 쪽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한 것을 두고는 양측 모두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 추천 인사 1명, 야당 추천 인사 1명을 임명하는 절충안을 선택했지만, 양측에게 만족스러운 해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정치 현안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대통령경호처 지휘를 요청하고 민주당도 '지휘권 행사'를 압박해도 원론적 입장을 낼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영장 집행 저지'에 나선 국민의힘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서다.
최 대행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직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국가를 위해 제대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만이 공직자로서 저희들의 도리"라고 밝혔다.'권한대행 비상체제'에서 공직자로서의 안정관리 책무를 부각하면서도 정치권 쟁점에는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세희·전혜인기자 saehee0127@dt.co.kr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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