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형법상 내란죄' 쟁점을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철회한 뒤,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여야 압박전은 가열됐다. 탄핵소추단을 주도하는 야당 측은 '내란행위' 심리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는데, 여당 측은 형사재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기 대선을 고려한 편파행위란 주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은 7일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 우두머리의 국헌문란 행위란 소추사실은 한글자도 변경되지 않았다. 내란행위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겠단 것엔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각하, 재의결 주장을 이어가는 여권을 향해선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리인단은 "탄핵소추의결서에 내란죄가 언급된 건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란 국회의 '평가'일 뿐 별개의 소추사유가 아니다"고 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실체적 위헌 및 위법성, 국회 침입행위와 정치인 체포 지시, 중앙선관위 침입행위, 포고령 위헌·위법 등 쟁점이 유효하단 것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형법상 내란죄가 다뤄지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 주장에 관해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연일 반박했다. 여당의 항의방문 등에도 "헌법 분쟁 해결을 위해 내리는 결정을 갖고 새로운 헌법 분쟁을 만드는 건 헌재를 만든 주권자의 뜻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지난 6일 헌재를 항의방문하고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을 면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극히 편향적이고 불공정·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내란죄 철회'는 기존 소추사유와의 동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헌재를 겨냥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원내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사유에 넣었던 내란 혐의를 철회하겠다더니 이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를 향해 '제2 내란행위'를 운운한다"며 "탄핵사유에서 '내란'이란 단어를 지우려는 건 누가 봐도 뻔하다. 법과 절차를 따져보니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옹위를 위한 속도전에 걸림돌이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주류인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신지호 전 의원이 이날 K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점에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며 "내란죄를 빼고 탄핵심판해서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국민적 승복이 되겠냐"고 가세했다. '내란죄 제외' 제안 출처를 놓고 엇갈린 헌재와 국회 측을 놓고도 이 대표 대권과 연계된 '밀약 의혹'을 꺼냈다.
여당 '잠룡' 중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내란죄 제외' 흑수(黑手)를 둔 이유는 하나, 범죄 피고인 이 대표의 대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며 내란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이날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여당 측 반발에 "내란행위의 사실관계는 모두 심판 대상"이라며 헌법위반 중심의 법리 재구성이라고 반박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기자간담회에서 장순욱 변호사(왼쪽부터)와 김진한 변호사, 국회 탄핵소추단 간사 겸 대변인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