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41%에 해당하는 45명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인간방패'를 자처한 가운데 공당(公黨)이 외연확장과 '담 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여권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발부받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괴·직권남용 혐의 체포영장 만료일이던 6일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에는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총 45명의 의원이 집결했다. 이들 중 과반인 26명은 '보수 텃밭'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 의원이었다.
친윤 핵심인 3선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강원 지역구 2명, 이외에 수도권 5명·충청권 3명·비례대표 9명 등도 '얼굴 도장'을 찍었다. 수도권 출신에서도 서울 동작을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불법 영장을 방치하는 건 대한민국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 결정을 부정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포진한 의원들에게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떡과 김밥 등을 준비해 찾아가 "대통령이 보고싶어하니 관저에 들어가 인사하면 어떠냐"고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 4일 '계엄 합법'을 주장하는 전광훈 목사 주도의 한남동 관저 인근 집회 현장을 10여명이 찾아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서울 도봉갑 '험지'에서 초선 배지를 단 김재섭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당일 관저 집결에 합류하지 않고, SBS라디오에서 "극단적인 대치와 영장 불응 방식은 보수의 초가삼간이 다 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성지지층은 환영할 수 있지만, 느슨하게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임 한동훈 당대표 체제의 전략기획부총장을 지낸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의원 40여명이 거기에 갔는데 굉장히 예상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해) 12월3일 계엄 그날엔 왜 그렇게 조용히들 있었나"라며 "18명 아닌 81명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45명 외에도) 마음은 같이하지만 (관저)현장에 못 간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꼬집은 뒤 "한남동 집회 주도하는 전 목사 등은 '계엄은 정당하고 합법적, 탄핵은 원천무효, 필요하면 제2·제3 계엄, 작년 4월 총선은 부정선거'라 주장하는데 한남동에 몰려간 40여분이 거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주류 잠룡 일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망하는 길"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우리 당이 자꾸 빠져드는 극우당 이미지, 전 목사가 하는 당과 무슨 자매결연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관저 앞에 가 '대통령을 우리가 지키겠다'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죄인을 지키겠단 거냐"고 반문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어쨌든 탄핵소추됐고 태극기와 촛불로 갈라졌는데 국회의원들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해서 국가·사회·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겠나. 혼란을 이겨내 국가 살리는 게 더 중요하지 개인적 이해타산만 앞세우는 거 아닌가. (텃밭에서) 자기 공천만 생각할 시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1월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육탄 저지'하려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한 가운데 나경원 의원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