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도 전에 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채택 등 향후 운영 일정에 관한 사안들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명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진통이 있긴 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등 170여명을 기관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일반 증인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위는 오는 22일과 다음 달 4일, 6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개최하고 오는 21일과 다음 달 5일 두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일정을 고려하면 다음주까지는 일반 증인 채택에 합의해야 하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동행명령권 발부와 법적 처벌까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태세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부르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도 함께 출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위 야당 간사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수괴가 윤석열이기 때문에 당연히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면서 "대단히 원칙적으로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 의원은 또 "이 대표와 김씨가 내란 혐의와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며 "이는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당의 주장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끝내 합의하지 못한다면 야당 단독으로 일반 증인을 채택해 의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위는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야는 이날 증인 채택 문제와는 별개로 회의 시작부터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충돌하기도 했다. 야당 중심의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과 여당 의원 40여명이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집결한 게 서로의 공격 대상이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12·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달 동안 '내란이다', '대통령은 내란 수괴다', '동조한 사람은 내란 공범이다'라고 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내란선전죄로 고발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란죄를 빼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고 말이 안 된다는 게 국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내란죄를 뺀 게 아니고 내란 행위를 헌법적으로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헌법 재판과 형사 재판은 엄연히 다른 만큼 형법적으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판단 가능하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특위 위원들이 내란 수괴이자 뿌리인 윤석열 체포를 방해하러 관저에 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내란 수괴의 방패막이로 직접 관저에 가서 영장 집행을 방해했던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는 안 되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관저 앞에 집결한 특위 위원 강선영·박준태·임종득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사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준태 의원은 "공수처가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위법하고 부당한 공수처의 불법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하기 위해서 나간 것을 '내란에 동조했다',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발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출범한 특위는 다음 달 13일까지 활동한다. 특위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태의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됐다는 점을 고려해 구치소에서 청문회를 열거나 현장 조사에 나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채택 등 향후 운영 일정에 관한 사안들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