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주최 진흥법 개정 모임서
대기업·중견기업간 공감대 형성
700억 이상 사업 참여 여부 놓고
상생협력 가점 등 유연하게 완화
대기업·중견기업간 공감대 형성
700억 이상 사업 참여 여부 놓고
상생협력 가점 등 유연하게 완화
대기업에 12년간 닫혔던 공공소프트웨어(SW)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제도 변화를 두고 평행선을 달려온 IT서비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최근 입장차를 좁힌 것으로 확인됐다. 중견기업들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상당폭 수용하면서 제도 변화의 중요한 걸림돌을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공공SW사업 참여기업들과 유관기관, 협단체들과 만나 SW진흥법 개정 관련 의견을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약 1년 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의 일환으로 대기업참여제한제도 개편 추진을 발표한 뒤 이번까지 총 8회에 걸쳐 중견·중소 IT서비스업계와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 왔다.
제도 개편은 사업비 700억원 이상 대형 공공SW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상출제 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현행 SW진흥법이 개정돼야 한다. 클라우드·인공지능(AI)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글로벌 빅테크도 국내 공공시장 문을 두드리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엔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게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SW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도 발의됐으나 정쟁 등에 뒷전으로 밀린 데다 이해관계 기업간 이견이 불거지며 폐기된 바 있다.
반대 목소리는 대기업이 떠난 시장을 주도해온 중견SI 기업들이 주로 내왔다. 이들 기업은 상출제 기업에 시장을 여는 대신 700억원 이상이라는 대기업 참여가능 기준금액을 개정법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2015년부터 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 한해 발주처 신청과 과기정통부 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대기업 참여가 허용됐는데, 법이 개정되는 만큼 이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정 기준금액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향후 법률 전반의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고, 최근 AI 등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신기술 관련 문턱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준금액은 과기정통부 고시에서 규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중견SI 기업들이 이같은 정부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2023년 국무조정실이 규제혁신 대상으로 이 제도를 지목한 뒤 이어져온 갈등이 변화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바탕으로 개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돼 가고 있다.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12년만의 제도 개편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간 준비해온 과업변경 가이드라인도 1분기 중 논의할 예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중견기업의 입지를 고려해 상생협력 평가제도를 일부 손보기로 안을 내놨다. 상생협력 평가제도는 정부 사업에서 중소기업을 컨소시엄에 포함시킬 경우 일정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상생협력 가점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참여지분율을 종전 50%에서 40% 이상으로 조정하고, 상생협력 배점을 5점에서 3점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등급체계는 5등급에서 3등급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는 사업은 종전 70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낮춰 대상을 확대하고, 7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중견기업(20% 이내)이 참여해도 가점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00억 미만 사업은 현행과 같이 중소기업 지분율 50% 이상 시 만점, 200억 이상 700억 미만 사업은 중소기업 지분율 40% 이상 시 만점, 700억원 이상 사업은 중소기업 지분율 20% 이상에 중견기업 지분율까지 합쳐 40% 이상 시 만점을 주는 안이다.
올해 공공SW사업 규모는 총 5조8316억원으로, 전년보다 0.2%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 시스템 운영·유지관리 사업이 70.3%로, 막상 시장이 열려도 먹을 게 크지는 않다. 최근 경기악화로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만큼 공공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참여제한제도 개편과 관련해 업계 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가 그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다만 근본적으로 사업환경이 개선되려면 대가를 제대로 줘야 한다. 기능점수(FP) 단가에 맞춰 발주단가를 올리고, 계약도 총액 기준이 아니라 물량 기준으로 맺어야 한다. 관련 예산집행 구조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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