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3조 이상 빠져
순자금 운용액 37.7조 나타나
생산성 떨어져 경제 활력 ↓
순자금 운용액 37.7조 나타나
생산성 떨어져 경제 활력 ↓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여윳돈이 3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해서라도 서둘러 아파트 구입에 나서다보니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것이다.
영끌이 '빚투(빚내서 투자)'로 이어지다보니 은행 대출도 늘었다. 특히 3분기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은 60%가 넘었다. 은행에서 1억원 대출이 나갔다면 이중 6000만원은 집 구입용 빚인 셈이다.
주담대는 빌린 돈이 부동산에 묶이는 것이다. 생산성이 높지 않다.
결국 가계소비 축소와 경제 활력 약화로 이어진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둔화되고 있지만 주담대 증가폭이 여전히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집 사느라 얇아진 지갑=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작년 3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37조7000억원으로, 2분기(41조2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후 2개 분기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소득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주택 구입 등 영향에 여윳돈이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경제 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뜻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 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의미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계가 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금액은 1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14조6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등 금융기관 차입금을 중심으로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
가계 자금운용 금액은 5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55조7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축소됐으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아파트 입주물량과 개인 아파트 순취득이 전분기 대비 확대되는 등 부동산 취득 요인 때문에 운용 규모가 축소됐다"며 "가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더 낮아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개인의 아파트 순취득 규모는 지난해 2분기 5만3000호에서 3분기 7만2000호로 증가했다.
◇작년 3분기 주담대 비중 '62% 육박'=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증가 폭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작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서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전분기 말 대비 19조4000억원이나 급증한 11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61.9%로 62%에 육박했다.
주담대 비중은 2023년 4분기 처음 60%를 돌파한 뒤 지난 2분기에는 61.3%를 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담대는 지난해 2분기 전분기 대비 16조원 증가한 1092조7000억원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2조4000억원 늘어난 107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폭이 확대되자 한은도 주담대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의 주담대는 무려 27조원 가량 늘었다.
정책금융인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상반기에도 가계대출 잔액 상승세를 주담대가 견인했다. 6월 주담대 증가 폭(전달 대비 6조3000억원)은 작년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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