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정부 등 압박전망
카카오·넷마들 등 지분 보유
국내 기업 반사이익 관측도
카카오·넷마들 등 지분 보유
국내 기업 반사이익 관측도
미국 정부가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텐센트를 중국 군사 기업으로 분류, 국내외 IT기업들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텐센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텐센트와 협력 중인 국내 기업들은 자사 사업에 파장을 가져올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텐센트와 CATL을 '중국 군사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미 정부로부터 간접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 공표된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미 국방부가 내년 6월 30일부터 거래를 금지할 수 있다. 이달 시작되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선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텐센트는 글로벌 IT·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아우르는 공룡 기업이다. 글로벌 소셜플랫폼 '레딧'과 메신저 앱 '스냅챗'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 시장에서는 글로벌 인기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브롤스타즈'를 보유한 슈퍼셀,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를 가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의 지분도 갖고 있다. 또한 지난 2021년 영국의 게임 개발사 수모그룹을 인수했고, 2022년 '올해 최고의 게임'에 선정된 '엘든링'을 개발한 프롬소프트의 모회사인 카도카와의 3번째 주주다.
이번 조치와 관련, 미 정부가 중국 AI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텐센트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훈위안'을 활용, 슈퍼앱 '위챗'을 통해 AI 테스트를 하고 있다. AI 관련 특허 수는 1만5000건으로 중국 민간 기업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 뮤직, 텐센트 비디오, 텐센트 클라우드 등에도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텐센트는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진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 지분을 투자하며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넷마블 2대 주주(한 리버 인베스트먼트, 17.5%), 크래프톤 2대 주주(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 13.9%), 카카오게임즈 3대 주주(에이스빌 피티이, 3.9%), 시프트업 2대 주주(에이스빌 피티이, 34.9%)다. 시프트업은 사업 전반에서 협력도 하고 있다. 시프트업은 텐센트의 글로벌 게임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승리의 여신: 니케'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샤오이마 텐센트 수석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샤오이마 수석부사장은 크래프톤 등기임원으로도 재직한 바 있으며 넷마블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텐센트는 자회사 맥시모PTE를 통해 카카오 지분 6%도 보유하고 있다. 특수목적회사로 설립한 스카이블루 크레이이티브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2.96%도 갖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차오 양 써니 로 텐센트 전무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다른 카카오 계열사들도 텐센트와 협력하고 있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계의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게임 외자 판호발급, 퍼블리싱, 마케팅 등에 탄탄한 '텐센트 파워'가 작용한다. 넥슨은 핵심 지식재산(IP)인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등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넷마블은 '제2의나라: 크로스 월드'의 리소스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유통 중이다.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블레이드 앤 소울', '블레이드 앤 소울2', 펄어비스 '검은사막',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도 텐센트가 중국 서비스를 담당한다. 게임업계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대중국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국제 정세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기회로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지만, 위기가 고조될수록 잘 활용하는 이들이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이전 정권과 차별화된 전략을 분명히 쓸 것이다. 이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세팅되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미국이 AI용 반도체 중국 수출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텐센트도 화웨이처럼 GPU 등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텐센트 측은 "텐센트는 군사업체나 관련 공급업체가 아니며 해당 명단에 등재된 것은 제재나 수출 통제 등과 달리 당사의 사업 운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오해 해소를 위해 미 국방부와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