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베트남 15-2/17 광구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다. 1983년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부터 시작한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자원개발 오너십과 결합해 결실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어스온은 2019년 참여한 탐사 광구인 베트남 15-2/17 광구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다. 베트남 15-2/17 광구는 SK어스온이 25%, 머피와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PVEP가 각각 40%, 3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베트남서 독보적 입지 구축=베트남 15-2/17 광구의 운영권자인 미국 머피는 지난해 4분기 탐사시추에 나선 결과 베트남 남동부 해상의 쿨롱 분지에 위치한 15-2/17 광구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부존을 최종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황금바다사자로 명명된 광구 구조에서 약 112미터 두께의 유층(油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에릭 햄블리 머피 최고경영자는 "황금바다사자 구조 탐사 성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파트너 회사들과 탐사를 지속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광구는 베트남 원유와 가스 총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자원 탐사 유망지로 꼽히는 쿨롱 분지 내에 있다. 자원개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고, 원유 발견 시 인근 광구와의 연계 개발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로써 SK어스온은 연이은 탐사 성공이라는 전례 없는 성과를 올리게 됐다. 지난 2023년 11월 베트남 첫 운영권 탐사광구인 16-2 광구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에 15-2/17 광구에서도 원유 부존을 잇따라 확인한 것이다.
SK어스온 관계자는 "이번 탐사 성공 뿐 아니라 15-1/05 광구 개발이 본격화되는 등 베트남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베트남을 필두로 앞으로 동남아시아 자원개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중국 17/03 광구의 누적 생산량이 1000만 배럴을 돌파한 상황이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독자 기술로 원유 탐사부터 개발, 생산, 선적까지 성공한 광구여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난 2023년 생산에 돌입한 지 1년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 해외 자원 개발=SK그룹의 에너지 개발사업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자원개발 오너십과 결합해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다. 최 선대회장은 일찍이 독자적인 원유 생산과 비축 능력이 진정한 자원안보를 위한 핵심임을 간파했고,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투자하며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이어 SK는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최초로 석유를 발견한 후 개발에 속도를 냈다. 1987년에는 마침내 하루 15만 배럴의 원유생산을 시작함으로써 대한민국 에너지 수급 안정을 이끌며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4년에는 북(北)자파라나 광구와 2003년 페루 8광구, 1999년 베트남 15-1광구에서 연이어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자원개발 회사로 발돋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강력한 자원개발 오너십을 펼쳤다. 최 회장은 남미 아마존을 비롯해 세계 각국 오지까지 몸소 찾아 다니며 '자원부국'의 꿈 실현을 위한 자원개발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연간 1조원 안팎의 자원개발 투자로 2007년 베트남, 2008년 콜롬비아 등 6개 광구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2010년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을 준공하면서 유전개발에서 가스생산과 수송, 수출을 망라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냈다.
그 결과 SK어스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은 현재 세계 8개국의 11개 광구, 3개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일평균 5만7000배럴 (석유환산 기준)의 원유 및 가스를 생산 중이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원개발 사업에서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1조975억원과 영업이익 4276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자원개발 사업은 지난 2022년 매출 1조5264억원, 영업이익 6415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으로 기록한 바 있다.
SK어스온 관계자는 "2022년부터 연 매출액이 1조원을 꾸준히 넘기고 있고, 영업이익도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등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자원개발 회사로서 안정적 에너지 자원 확보 첨병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