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2024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그동안의 과도한 저평가와 함께 지난 4분기가 '사이클 저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43% 상승한 5만7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장 전 앞서 장을 마친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 관련 기술주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며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날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CEO가 공개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사용됐고, 신제품에 대한 실망감도 반영됐다.
여기에 이날 오전 발표한 2024년 4분기 실적이 시장의 평균 영업이익 예상치(7조7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 6조5000억원 수준으로 나오며 불안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 대해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인한 DS부문 이익 하락과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제품의 매출 믹스가 훼손되고, HBM3E 주요 고객사의 사업화 지연, 비메모리 가동률 하락, 원가 악화 등을 포함한 설명"이라며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인건비와 재고관련 등 일회성 손실들도 반영된 실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장 직후 1% 가까이 급락했던 주가는 이내 상승 전환했고, 이후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ES에서 나온 젠슨황 발표 내용은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었고, 부진한 실적도 모두 알고 있었다"며 "주가가 미리 다 빠져서 나쁜 실적에도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실적 부진이 예상돼 있었고, 주가에도 우려가 선반영 됐던 만큼, 이번 실적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전문가는 "시장의 컨센서스는 1~3개월의 시차가 있는 만큼 평균치는 7조원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7조원 아래가 오히려 유력했다"며 "이 같은 실적 우려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주가에 반영돼 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상향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부터 반도체와 모바일 부문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과거 2018년 4분기 컨센서스보다 3조원 낮은 실적 쇼크를 공시했지만, 메모리 다운사이클 이후 저점매수에 나선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시 실적 발표 이후 '최악은 지났다'는 투심에 주가가 19% 상승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HBM 주요 고객향 품질인증 지연 등 메모리 경쟁력 상실 우려와 실적 부진에 기반해 PBR 0.94배라는 극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며 "과거 경험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 과거 저점인 1.1배 수준까지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도 짚었다. 그는 "산업의 투자 감축 노력 만으로 삼성전자가 직면한 메모리 경쟁력 문제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같은 기간 동안 품질 인증 통과와 경쟁력 확보라는 선결과제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