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자적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지 않고선 앞으로 다가올 양자경제 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양자컴퓨터 독자 개발을 통해 축적한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양자 소재·부품·장비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양자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게 지속적인 투자와 인력양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를 독자 개발해야 하는 이유와 양자 소부장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부터 정부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 단장은 "한국은 구글, IBM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기술을 주도하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적어도 세계 4위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양자컴퓨터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양자 소부장 산업을 육성해야 세계 3위 양자기술 강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자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양자 소부장 성능 향상과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독자적인 양자컴퓨터 기술 확보가 뒷받침돼야 양자 소부장 산업 육성도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양자 소부장 산업은 초기 단계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양자 이득을 보여주면 경제·기술적 선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장은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거의 90%가 외산"이라며 "극저온 냉동기를 생산하는 핀란드 기업 블루포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기업 1호에 선정됐고, 창업 초기 2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600명, 매출액 20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폭발적 성장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저온 냉동기를 비롯해 고주파 회로장비, 고주파 소자·부품, 초전도 케이블, 증폭기 등 고가의 양자 소부장을 국산화해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면 글로벌 양자 공급망에서 우리 기업이 키 플레이어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구글, IBM 등 글로벌 양자컴퓨터 선도기업에 우리 기업이 주요 부품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 기술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시스템 제어와 애플리케이션 확대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이 단장은 짚었다.
이 단장은 "결국 양자컴퓨터는 국방, 금융, 통신, 의약,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게 관건"이라며 "양자컴퓨터 구동을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응용 소프트웨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준연은 내년부터 50큐비트, 300큐비트,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순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3차원 큐비트 적층 기술과 큐비트 정밀 측정·제어기술 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우리가 반도체 소부장 열세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양자 소부장 산업을 키우는데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양자경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양자컴퓨터와 양자 소부장, 양자 소프트웨어 기술 자립에 모든 기술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