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집값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노른자 지역은 여전히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데 반해, 나머지 외곽 자치구는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01%) 대비 보합세로 전환되며 상승세를 멈췄다. 특히 서울 내 자치구별로 변동 폭이 상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구(0.06%) △서초·강남구(0.02%) 등 강남 3구는 여전한 상승세를 보였다. 용산·성동·종로·중랑·강서·광진구(0.02%)도 오름세다. 반면 △금천구(-0.05%) △구로구(-0.04%) △노원구(-0.03%) △강동·관악·은평·강북·도봉·동대문구(-0.02%) △동작구(-0.01%)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해 있는 개포동·압구정동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는 지난달 10일, 한 달 만에 무려 2억원이 상승한 86억원(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동일한 단지 전용 171㎡도 지난달 73억원(6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개포주공5단지의 전용 74㎡는 이전 최고가에서 1억5000만원 오른 29억7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이에 반해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의 전용 84㎡는 지난달 8억6000만~8억8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11월 거래가인 9억~9억6000만원과 비교해보면 최대 1억원 가량 하락한 셈이다.
작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통계 조사 이후 역대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저가 주택간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된다. 5분위 배율 5.5 수치는 상위 20% 아파트 1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를 평균 5.5채 매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은 서울 전체 흐름과는 결이 다른,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서울 집값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 내 주요 지역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선 거래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대출규제 심화와 탄핵정국 등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