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구형 모델 지원금 상향
번호이동 구입시 비용 '0원' 근접
신제품 출시 전 재고소진 움직임
단통법 폐지된다는데 새 휴대전화를 언제 사야 가장 저렴할까.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스마트폰 유통 시장에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새 단말 출시 전후로 구형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아이폰13'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40만~60만원으로 상향해 책정했다. 출고가 74만8000원의 아이폰13 128GB 대상으로 공시지원금 60만원과 추가지원금 9만원을 받으면, 단말 가격은 5만8000원으로 낮아진다. 이는 25% 선택약정(24개월 요금할인)인 54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월 3만~5만원대의 저가요금제에도 높은 지원금을 실은 것이 특징이다.
KT는 최근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스페셜에디션(SE)'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도 최대 24만원에서 50만원까지 높였다. 갤Z폴드 SE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로 출시 당시 관심을 모았다. 두께와 무게는 각각 10.6㎜와 236ｇ로, 지난 7월 공개한 '갤럭시Z폴드6'보다 1.5㎜ 얇고 3ｇ 가볍다.
다만, 가격이 278만9600원으로, 선뜻 구매하기에 망설여지는 고가다. KT의 최대 공시지원금 50만원과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받으면, 221만4600원에 단말을 구입할 수 있다.
KT를 포함한 통신 3사는 갤럭시S25 출시를 앞두고 구형폰 재고 소진에 나서는 모양새다. '성지'로 꼽히는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은 '갤럭시S24' 모델에 대해 보조금을 살포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는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6' 128GB를 번호이동으로 사면, '공짜폰'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갤럭시S24 모델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단말기 장려금이 플래그십 모델 기준 60만~80만원 가량 책정된다"며 "'짠물' 지원금을 싣기로 유명한 아이폰도 채널에 따라 0원에 가깝게 살 수 있다. 장려금이나 보조금 수준이 높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성지로 알려진 몇몇 일부 판매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1~2년간 보조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통법 폐지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더 활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이용자간 차별을 유발한다는 문제로 도입된 단통법은 시행 이후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오히려 없앤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오는 6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단통법 폐지 최대 지원 보장' 등 홍보문구도 등장했다. 유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구형폰 구매를 계획하는 소비자들은 갤럭시S25 새 플래그십 단말 출시 전후에 단말기를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S25의 경우 초반 한두 달은 첫 출시 효과로 인해 지원금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두 달이 지난 때쯤이 저렴하게 구매하기 좋은 시기로 예측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과거처럼 번호이동 경쟁 과열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시장 분위기는 보조금을 높게 책정해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판매량이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보조금 수준은 최근 1~2년간 늘 높았지만 단통법이 폐지돼도 달라질게 없다. 판매량이 늘어나야 출혈경쟁까지 가는데, 지금은 판매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신사들도 이전과 달리 통신 자체보다는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출혈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이통사 간 번호이동(MNP)도 과열로 판단하는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