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등 매도세 커져
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도 영향
증시 등 다른 시장 급락할 수도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다. 20년물 국채금리가 8일(현지시간) 한때 연 5%를 돌파했다. 10년물도 지난해 4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5% 돌파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 과도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탓에 매도세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채금리 발 '자산시장 발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익률이 높은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증시와 가상화폐 등 다른 자산시장이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국채금리, '5%' 가시권= 외신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4.73%까지 상승,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으며 5%에 한발 더 다가섰다. 30년물 금리는 4.962%에 이르렀다. 두 국채 금리는 2023년 10월 19일 당시 각각 4.987%, 5.101%를 찍은 바 있다.
2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일시적으로 5.026%까지 튀어올랐다. 20년물 금리가 5%를 뛰어넘은 건 2023년 10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아문디·씨티웰스·ING 등 자산운용사들은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옵션 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5%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NG의 파드라익 가비 글로벌 금리 전략팀장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말 5.5% 정도 될 것으로 봤고, T로웨 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사인은 6%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 전염 되는 선진국 국채금리= 다른 나라들도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인 4.82%까지 올랐다. 국채와 파운드화 매도세가 동시에 나타나자 영국에서는 리즈 트러스 정부 당시 재정 뒷받침 없는 감세안으로 채권시장에 혼란을 유발했던 2022년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인 1.18%를 기록했다. 유로존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54%로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채 금리 상승 왜?=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차례 낮췄음에도 내려야 할 국채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달 금리를 현 4.24~4.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95.2%로 높아졌다. 한달 전 62.9%보다 30% 이상 높아졌다. 오는 3월에도 동결할 가능성 역시 한달 전 27.7%에서 59.0%로 올라갔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 1분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오는 20일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사진)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및 이민정책으로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과도한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강달러까지 겹치면서 각국 금융시장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모두 국채 금리의 상방 압력 요인이다.
◇흔들리는 자산 시장= 치솟는 국채금리는 글로벌 증시,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고 밸류에이션 논란이 휩싸인 미국 증시도 국채금리 덫에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압박으로 비트코인 '트럼프 랠리'를 거듭하던 비트코인은 9만5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