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의 여의도리뷰] `국회의원은 헌법기관` 외치면서도…"당론은 거부하면 안돼"

입력: 2025-01-10 09:02 전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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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내란 특검법'이 지난 9일 두번째로 발의됐다. 전날인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폐기된 지 하루만이다.

내란 특검법은 재표결에서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가결에서 단 2표가 부족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 의석 192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에서 최소 6표, 기권표를 포함하면 7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모두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김예지 의원 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의원들을 찾아 당론을 따라 특검을 부결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상욱 의원에게는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면 탈당해라. 내 말이 농담 같냐"고 압박했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한 충격파가 커지자 국민의힘은 다음날 바로 진화에 나섰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을 만나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당론을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쪽에 방점이 있는 이야기지 '탈당 권유'는 너무 나간 표현"이라며 "당론이 결정되면 따라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에 대한 지도부 차원의 압박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비상대책위원인 김용태 의원은 "의총에 와서 본인의 의사를 말하고, 의원들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하다"며 김상욱 의원이 의총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굳이 국민의힘에서 정치 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나, 탈당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이런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건이 알려진 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는 동료 국회의원들에 대한 위협과 협박에 대해 사과하고 내란수괴 윤석열부터 1호 당원에서 탈당 조치하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정성호 등 민주당 의원들도 라디오 등에서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권 원내대표를 성토하기도 했다.

다만 멀지 않은 과거에 민주당 역시 의원 개인의 신념과 당론이 부딪힌 사례가 있다. 지난 2020년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추진하던 당시, 금태섭 전 의원은 당론을 수용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이를 두고 강성 당원들은 물론 당내에서도 금 전 의원을 제명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고, 결국 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이틀 남긴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의 징계를 내렸다. 금 전 의원은 결국 징계 4개월 후인 2020년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미래통합당에서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두고 "자신들의 뜻에 반대했다며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징계를 내리는 민주당"이라며 "예견됐지만 아닐 것이라 믿고 싶었던 오만과 독선의 길을 택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날리기도 했다. 현 상황과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또 2023년 9월 21대 국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강경 당원들과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당행위'라며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나 지난해 5월 이 대표는 22대 국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당선자 총회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며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지만 한편으로는 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