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 언급에 의료계 일부서 "대화 가치 있을 것"
사직 전공의 복귀는 미지수…"전공의가 요구한 것 아냐"
정부가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위한 '유화책'을 꺼내 들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원점 재검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의정갈등이 새국면을 맞았다. 멈춰버린 의정대화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나, 사직 전공의 복귀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강한 분위기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사직 전공의 모집을 오는 14일 레지던트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1~2월 중 진행한다. 현재 병원을 떠나있는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 임용시험 관련 규정상 1년 내 복귀가 불가능하나, 사직 전에 수련한 병원, 전문과목으로 복귀해 수련을 재개할 경우 수련특례를 적용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다.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도 수련에 복귀할 경우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방침이다. 병역법상 의무사관후보생은 수련기관에서 퇴직한 경우, 입영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등 6개 단체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정부의 '제로베이스(원점) 재검토' 언급도 의정대화 물꼬에 힘을 싣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내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의료계와 "원점에서 협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2·3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 문구에 대해서도 "정부 방침과 전혀 다르다"며 사과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2026년 의대 정원 논의에는 의료계가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6학년도 대입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2월 말까지는 논의·결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의대 교수는 "2000명씩 5년간 증원을 고집하는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얘기했다. 대화 참여를 미룰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공감하는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대화를 해 볼 가치는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사직 전공의가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아직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수련특례와 입영 연기의 적극 검토를 정부에 요청한 여당에는 "포고령에 대한 권선동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입장부터 얘기해 보라"고 비판했다.
월 100만원의 수련수당의 효과도 미미할 전망이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에 한해 지급하던 전공의 수련 보조 수당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까지 확대해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정책이다. 2023년 도입 당시 '땜질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다. 정원 1만3531명 중 1173명만이 출근 중이다. 100개 수련병원의 출근율은 7.5%, 빅5 병원 전공의 출근율도 8.6%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