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상승 전망 안보여
車·가전 등 모든 상품서 하락세
비상계엄·제주항공 참사도 영향
車·가전 등 모든 상품서 하락세
비상계엄·제주항공 참사도 영향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설을 앞두고 역대급의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내수 진작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온기가 돌기는커녕 냉골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는 먼저 소매판매액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소비판매액은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고꾸라진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재화 소비 부진은 전방위적이었다. 내구재는 물론 비내구재·준내구재 등 상품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2년 연속 모두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그만큼 최근 내수 부진이 길고 골도 깊다는 의미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에 견줘 2.1% 꺾였다. 이는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보면 21년 만에 낙폭이 가장 크다. 최근의 소비 절벽은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를 포함해 모든 상품군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1∼11월 내구재와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3.7%, 1.3% 줄었다. 2023년에 이어 2년째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구재인 승용차의 경우 소비가 2023년 7.6% 늘었지만 지난해 6.5%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합(0.2%) 수준이었던 준내구재 의복 소비도 지난해 3.2% 감소 전환했다. 대표적인 비내구재인 음식료품은 고물가 등의 여파로 소비가 부진하면서 2023년(-1.8%)에 이어 지난해 2.5% 줄며 낙폭을 키웠다. 음식료품 소비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한 뒤 최근 3년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엔데믹을 계기로 회복세가 뚜렷했던 서비스 생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22년 정점(6.9%)을 찍은 뒤 2023년 3.4%로 뒷걸음질 친 데 이어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재화와 서비스 소비는 증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동시에 부진한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지기 무섭게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냉각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동행축제' 매출실적이 전년 대비 27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정국, 제주항공 참사로 불안했던 연말의 소비심리 위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속보성 데이터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더라도 지난해 12월 넷째 주(21∼27일)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보다 1.5% 줄었다. 연말인데도 소비가 꿈틀거리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관련통계가 집계된 2021년 이후 12월 넷째 주 신용카드 사용액이 감소한 적은 없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에게 특히 충격을 주는 내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라며 "재정당국이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와 소통하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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