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기업들이 전기차 캐즘 여파로 줄줄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진에 광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12일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8692억원, 영업손실 39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1·2분기 총 106억원 규모의 흑자를 거둔 뒤 3분기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치면서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3604억원의 적자를 내며 2023년 연간 영업손실 220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는 9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79억원에서 2분기 27억원, 3분기 14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4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배터리 소재사들의 실적 한파는 캐즘에 따른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에 핵심으로 쓰이는 니켈 가격은 톤당 1만5000달러 전후에서 출렁이고 있다.
니켈 가격은 작년 12월 19일 1만4965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10월 이후 약 4년2개월 만에 1만5000달러를 밑돌았다. 이어 올해 1월 3일에는 1만4770달러로 주저앉았다.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72.0위안을 기록했다. 리튬은 2021년 전기차 바람이 불면서 수요가 급증해 2022년 11월 581.5위안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이후 캐즘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하락세다.
올해 전기차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기업의 주력 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친환경 정책이 변화하는 분위기다.
각 기업은 불황에 맞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 확보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에코프로는 광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광물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중국 GEM과 손잡고 제련,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통합 생산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는 지난 2일 에코프로 시무식에서 "우리의 생존법은 가격은 확 낮추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며 "경쟁사 대비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미국에, 유럽에 진출할 수 있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