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이 달 들어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8조원대 초·중반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추정치는 7조원대 중·후반이었는데, 증권가에서는 이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8조1000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제고에 따른 경기 방어력을 증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영업이익이 8조2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9000원, 영업이익 8조2000억원을 거둬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본격 양산과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액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엔비디아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 우위를 가져간 점이 반도체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범용 D램과 낸드플레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HBM 등을 앞세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작년 1~11월 반도체 수출을 기준으로 지난달 초 예상한 연간 반도체 수출 전망치(139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145억달러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출 증가 기여분이 대부분 SK하이닉스 HBM 제품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브로드컴 등의 AI 반도체 주도권 다툼이 가열되면서 HBM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로의 HBM3E 8단 제품 공급을 시작으로 HBM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 공급 소식을 알리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HBM3E 12단 제품 공급이 이미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기조연설을 통해 "새 AI 가속기 블랙웰 양산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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