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이소영·천하람 의원 '공휴일 개정안' 발의
"민주주의 그냥 주어지지 않아…의미 다시 새겨야"
"후세들에 민주주의 물려줄 수 있도록 공식 기념"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한민국은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져 격렬히 대립하고 있다. 곳곳에서 갈등과 혐오가 잇따르고 진영주의와 흑백 논리에 기반해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을 배척·증오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 해결해 나가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정치는 양비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보더라도 소통 부재, 갈등 심화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의 중심에 있는 22대 국회는 출범 직후부터 대화와 타협은커녕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원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정치 복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당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마저 지난 6일 열린 이재명 대표와 간담회에서 "정치가 마비되며 모든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여느 때보다 정치 분열이 극심한 가운데 여야가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내놓은 법안이 있다. 바로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국경일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김상욱 국민의힘·이소영 민주당·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총 17명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합심한 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을 다시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진영을 떠나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다. 헌법에서는 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입장, 발언의 시점과 별개로 여당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것에 "죄송하다"는 사과가 나온 궁극적 배경이기도 하다.
김상욱(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이소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천하람(왼쪽) 개혁신당 의원과 함께 6.10 민주항쟁 국경일 지정 법안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욱 의원실 제공]
그러나 정작 민주주의와 관련한 국경일·공휴일은 없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을 국경일·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매년 6월 10일을 국경일·공휴일로 규정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상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요지다.
6·10 민주항쟁은 군사 독재 정권을 시민 혁명으로 종식시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환점이 됐으며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진 기념비적 항쟁으로 여겨진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벌인 12·12 군사반란과 비상계엄, 이어진 독재 속에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분출했고 박종철·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이 결정적으로 6·10 민주항쟁을 촉발했다. 한 마디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주어진 게 아니며 앞으로도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는 설명이다.
김상욱·이소영·천하람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이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회복 노력과 진영 대결을, 민주주의 탄압의 상징이었던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거부감 없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심지어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매도하는 일부 세력의 등장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가 자신이 민주주의 수호자라 참칭하는 사태를 각각 바라보며 우리 시대가 민주주의의 의미와 중요성과 감수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너무나도 쉽다"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선배들의 노력을 잊지 않게, 두 눈을 부릅뜨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게, 무엇보다 우리가 후세들에게도 민주주의를 물려줄 수 있게 민주주의를 날을 정해 특별히 기념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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