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증액' 압박 공세 본격화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도
北대응 속도 내면 韓역할 막중
대행체제땐 트럼프 반응 미지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을 맞게 된 한국은 대(對) 트럼프 외교에서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과거에도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미 외교에 한계점이 드러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범부처 대응을 시작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첫 재임시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재현하며 동맹도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본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도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과 비용 부담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방위비 증액 압박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국방비 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인 2%보다 대폭 높아진 수치다.
한국을 상대로도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칭하면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한화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올해 타결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이 2026년 부담하게 되는 돈보다 9배 가까이 많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가 주둔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감축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보다 각종 현안에 있어 '속도전'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처음 집권했을 때는 한반도 정책 수립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인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려 할 경우 한국은 '정상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새 정부에 알렉스 웡(국가안보 부보좌관)·윌리엄 보 해리슨(대통령 보좌관) 등 1기 행정부에서 북미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인사들을 기용하며 정책의 틀을 짜기 시작한 상태다.
한국 정부도 외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접촉면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을 특사로 파견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측이 한국 정부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조태열 장관의 언급처럼 한국 외교가 "미증유의 국내 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인해 손발이 묶여있는 형국"(7일 한국외교협회 신년사)인 셈이다.
권한대행 체제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하며 북한문제와 경제·통상 관계에 대한 의견은 교환했으나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측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하는 것과 함께 대북정책 등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