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저축은행업권의 '흑자 전환'이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침체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채권이 늘어난 가운데, 새해 들어 중견사인 신동아건설의 기업회생 돌입으로 잠재 리스크 대비 등 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연초에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새로 부여받아 점차 대출 빗장을 풀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신규 대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하며 부실채권 매각 등 자산 감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자기자기자본비율은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NPL(부실채권) 전문사를 설립한 이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매각 및 추심 등으로 정리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 부실채권을 정리한 효과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각·상각 등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과 선제적으로 쌓은 대손충당금에 분기 기준 적자 폭을 줄였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63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손실 폭이 2090억원 늘어난 수준이지만, 전분기와 비교해 258억원 손실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며 감소한 전입액 효과로, 지난해 1분기 1조2000억원에서 같은 해 3분기 6000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아직 연말 결산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지만, 내실 경영에 더해 하반기 한국은행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후로 신규 영업을 재개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또 한번 부각되면서 추가 대손 비용 부담 등으로 '적자 수렁'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인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이 악화하는 가운데, 정치·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건설 투자 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가 당국 기조에 따라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추가로 취약한 곳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작년에는 주로 100위권 밖의 건설사에서 부도·폐업 등이 발생했지만, 신동아건설을 계기로 100위권 이내까지 올라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도급 순위가 비교적 상위권에 있는 회사가 추가로 더 무너지면 부동산 PF 연착륙이 다시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축은행업권은 신동아건설 관련 익스포저(노출액) 규모는 적지만, 이후 '도미노 부도' 현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부실채권 정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신동아건설 관련 익스포저(노출액)는 총 1202억원으로, 이 중 저축은행은 43억원으로 집계됐다. 캐피탈(573억원) 및 부동산신탁(533억원) 등과 비교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당국의 주문에 맞춰 손실 회복보다는 부실 자산 정리에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에 수익 기반이 취약한 곳에선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수익 기반이 약해진 저축은행은 금융 여건 등이 완화될 경우, 과도하게 위험추구 행위를 확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