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기준 물가 부담 '역대 최대'
이상기후에 과채류 공급량 부족
과일 58%·채소 32% 가격 인상
이상기후에 과채류 공급량 부족
과일 58%·채소 32% 가격 인상
설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서민들의 명절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한국물가정보가 12일 설날 3주 전을 기준으로 분석해 내놓은 '2025 설 차례상 물가'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시장에선 30만원, 대형마트에선 4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역대 가장 비싼 수준이다.
이상기후 여파로 과일과 채소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일부 가격이 소폭 하락한 품목도 있으나 과일류와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전체 차례상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차례상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와 매년 변동이 잦은 채소류는 각각 전년 대비 57.9%, 32.0% 가격이 상승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격을 토대로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30만2500원, 대형마트는 40만9510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각각 6.7%와 7.2% 정도 상승한 수준이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약 35.4% 높다.
과일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악천후로 가격이 올랐다. 차이점은 지난해 가격 상승의 주범이 사과였다면, 올해는 배다. 전년 대비 비교적 작황을 회복한 사과와 달리, 배는 지난여름 폭염·집중호우로 인한 일소, 낙과 등의 피해가 커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저장량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과, 배와 같이 명절 필수 과일 가격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과일로 수요가 몰리게 돼, 샤인머스캣이나 만감류 등 과일의 수요 역시 증가하며 과일류 전체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물가정보는 설명했다.
채소류 역시 한파로 인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무와 배추는 작년 여름 생육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김장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조기 출하가 많이 이뤄진 가운데 한파로 인한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수산물류는 수입 물량과 단가 영향을 받는 수입산이 많다 보니, 최근 급등한 환율에 추후 가격 변동이 있을 것으로 한국물가정보는 예상했다.
축산물류는 고물가와 최근 사회 분위기로 소비 활동이 위축된 영향으로 올해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사룟값, 축사 관리·유통비 등 생산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닭고기 역시 향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상황에 맞춰 가격 추이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공산품 중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았던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차차 공급이 안정되며 2년 연속 내렸지만, 수입 원자재가 많아 점차 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평년보다 빠른 설과 최근 한파 영향으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품목이 있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저장 기간이 비교적 긴 품목은 미리, 변동이 잦은 채소류와 같은 품목은 기후 변화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물가정보의 조사 결과에는 정부의 '설 명절 대책'이 반영되지 않았다. 온누리상품권 등 정부의 민생 대책을 적용하고, 정부 할인과 유통업체 할인 품목을 구매 시 설 차례상 비용은 대폭 내려갈 전망이다.
실제로 이마트가 한국물가정보의 차례상 비용 조사 항목대로 산정한 장보기 비용(젤리·사탕·시루떡 제외)은 28만원으로 물가정보 조사 결과와 격차가 컸다. 이마트가 10일 기준으로 물가정보의 차례상 조사 항목대로 비용을 산정한 결과를 보면, 차례상 비용(4인 기준)은 28만460원이었다. 작년 설 차례상 비용(27만1225원)보다 3.4% 증가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오는 15일까지 배추와 무·쪽파·사과·양파 등을 20%, 봉지굴은 50%, 영광참굴비는 40%, 국산손질오징어는 30%, 생고등어는 20% 각각 할인한다. 오는 16일부터 품목을 바꿔 설까지 할인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축산 행사의 경우, 명절 1~2주 전에 진행 예정으로 직전 구매가 저렴할 것으로 보이며, 과일·채소의 경우 행사 규모는 비슷하나 제수용 품목들의 경우 명절 다가올 수록 수요 증가에 따라 시세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어, 장기 저장 가능한 사과나 배 등의 경우 이번 주말이나 차주에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23∼29일 사과·무·배추에 각각 20% 정부할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배는 행사 카드로 결제 시 5000원 할인한다. 소고기 국거리 양지살은 멤버십 회원에게 40% 할인한다. 롯데마트도 사과·밤·무·배추·단감·포도·토마토·방울토마토·양파·계란·건대추·돼지고기·닭고기 등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할인(농할)을 적용한다.
정부에서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6만5000톤 공급하고, 오렌지 등 수입과일 10종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하기로 하는 등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역대 최대 900억원 규모의 정부 할인 지원과 유통업체 자체할인 연계를 통해 주요 성수품을 최대 50% 할인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축산물은 정부 할인지원(20%)과 생산자·유통업체 할인(20%)을 포함해 최대 40%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수산물은 정부 할인지원(20%)과 유통업체 할인(최대 30%)을 더해 최대 50% 할인가에 살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으로 농축산물 혹은 수산물을 각각 3만4000∼6만7000원 구매하면 1만원 상품권을, 6만7000원 이상 구매하면 2만원 상품권을 각각 환급받는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도 10%에서 15%로 올렸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오는 15일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오는 20일께 각각 정부·유통업체 할인과 온누리상품권 사용까지 반영해 차례상 장보기 비용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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