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김화균 칼럼]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주가 된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1302102263040001[1].jpg "[김화균 칼럼]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주가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만남에서 던진 질문이다. 튀르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다운 비아냥이고,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캐나다가 발칵 뒤집혔고, 트뤼도의 사임 발표로 이어졌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주가 된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지만 캐나다인의 생각은 어떨까. 여론 조사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캐나다인 4명 중 1명은 이에 긍정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가 있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코가 지난달 실시한 이 질문에 26%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조사보다 동의율이 8%포인트나 올라갔다고 한다. 지지 정당과 지역에 따른 편차가 있겠지만, 현실에 근거한 긍정론도 엄존하는 것이다.
20여년 전에 이민을 떠나 한국계 캐나다인이 된 지인은 "캐나다 경제가 무너지다보니, 그런 동의율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우리 같은 이민 세대에게는 미국인이 되는 게 꼭 나쁜 선택만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털어놨다.
역시 트럼프의 타깃이 된 덴마크령 그린란드도 비슷한 처지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더 크다. 미국이 만약 그린란드를 합병하면 '북극 패권'을 쥘 수 있다.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해 경제적 가치도 높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하려는 움직도 거세다. 트럼프 발언에 주민 여론도 갈린다고 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인 지난 2019년에도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했었다. 한 번은 농담에 그쳤지만, 지금은 진담처럼 들린다.
이런 질문은 어떨까?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물론 '을사 5적' 수준의 매국적 질문이다. 필자 역시 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하고 포털 검색을 해보니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이같은 질문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말도 안되는 주장' '미국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간간이 '이럴 바에야 차라리…'라는 답도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에 합병될 경우의 잇점도 열거했다. 더 이상 영어 공부에 막대한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미국의 교육 인프라를 사용할 테니 유학개념이 바뀔 것이다. 미국 본토에 취업하며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다. 비합리적 규제는 줄어들 테고, 징병제도 폐지될 것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 파워가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도 사라질 것이다.
진심을 담지는 않았을 게다. 한국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울분과 자조일 것이다. 1990대말 외환위기, 2000년대 말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화두가 나온 적이 있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그 때만큼 힘들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쩌면 그 때보다 더 어렵다는 의미일 수도.
한국 경제와 정치는 자생력을 잃고 있다. 미래 지속가능성은 언감생심이다. 경제성장률은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1.8%로 예상했지만, 달성이 녹록지 않다. JP모건은 전망치를 1.3%까지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목표치도 1.8%다. 2년 연속 잠재성장을 밑도는 것이다. 반등 동력을 잃은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성장률이 곤두박질했지만, 다음해 곧바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던 것이 한국 경제다.
'국장하면(한국 증시에 투자) 바보'가 되고, '서학개미'를 자처하며 삼성전자보다 테슬라·엔비디아 주가를 더 먼저 찾아보는게 현실이다. '국민주=삼성전자'라는 등식은 빛이 바래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쟁적 미국향 투자에 국내의 괜찮은 일자리는 쪼그라들고 있다. 의료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연금개혁안은 답보하고 있다. 암담한 현재에, 미래를 그릴 수 조차 없는 상태다.
해법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은 '노답'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소용돌이 속에 돌파구는 커녕, 비상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내로남불'은 국가의 근간인 법과 원칙까지 흔들고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정치권이 그나마 손이라도 맞잡았다.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그깟 자존심 쯤은 버리면 어떤가. 나라가 밥 먹여주나. 이런 해괴한 생각까지 들게 하는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참담한 심정이다.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