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헤르만 헤세, 그의 생애와 문학적 초상](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13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헤르만 헤세, 그의 생애와 문학적 초상")
헤르만 헤세
베른하르트 첼러 지음 / 박광자 옮김 / 학이시습 펴냄
헤르만 헤세의 전기다. 실러 국립박물관 관장, 독일 문학 아카이브 초대 관장을 지냈던 저명한 문학사가 베른하르트 첼러가 썼다. 헤세의 생애를 헤세가 남긴 일기, 편지, 문서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충실히 재구성했다. 저자는 인물의 생애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전기의 기본 구조를 따르되 헤세가 살았던 독일과 스위스의 역사적 맥락, 1, 2차 세계대전의 시대적 맥락을 상세히 그려내며 헤세의 자아 탐구와 내적 방황을 입체적으로 다시 썼다.
헤세는 어떻게 독일을 대표하는 대문호가 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헤세는 평생 '훌륭한 독서가'였다. 헤세는 장서가였던 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책에는 창세기부터 헨리크 입센까지 헤세의 독서 편력이 빼곡히 제시된다. 헤세에겐 '고독한 내면의 소유자'라는 이미지가 붙어 있지만 그가 완전히 고립된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헤세는 소수의 예술가, 지식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토마스 만, 카를 융, 로맹 롤랑뿐 아니라 몬타뇰라에서 어울렸던 예술가 커뮤니티, 헤세의 정신적 성숙과 치유를 도운 카프 박사 등 헤세를 만든 '관계들의 총체'를 책은 잘 묘사했다.
책은 경험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체계적으로 잘 분석했다. 시계 공장에서 기술 수습공으로 근무했던 경험은 '유리알 유희'의 하인리히 페로트에, 헤세의 직장이었던 고서점의 운영자 율리우스 바울에 대한 기억은 '싯다르타'의 사공 바수데바에 각각 녹아 있다. 전기를 징검다리 삼아 생애와 작품을 오가다 보면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헤세의 작품은 대부분 자전적 성격이 강하지만 그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헤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의 생애를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헤세의 책은 수천 종에 달하고, 여러 유명 작가들이 헤세 전기를 남겼지만, 현재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헤세 전기는 이 책뿐이다. 책은 헤세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친절한 입문서가, 그의 작품을 즐겨 읽는 애독자에겐 생애와 작품의 긴밀한 관계를 톺아볼 수 있는 충실한 자료가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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