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사태 계기 탄핵심판과 내란수괴 혐의 수사 모두에 지연전략을 한층 본격화하며 여론전에 몰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13일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공정한 심판이 어렵다"며 헌법재판소에 재판관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변론기일을 14일로 고지한 점, 증거 채부(採否·채택 또는 거부)결정, 변론기일 일괄 지정 이의신청서 등 4종류의 서면을 냈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제24조 3항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선출 몫 3명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명 몫인 정 재판관이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에 '예단'을 드러냈다면서다.
정 재판관은 청문회 당시 계엄군 국회 투입에 관한 질의에 "물리력으로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을 만한 헌법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두고 "국회의원 여러분께서 국회에 와서 해제해주시는 것 보고 감명받았다. 경의를 표한다"고 답변한 것을 기피 사유로 거론했다.
이외에도 정 재판관의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가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이 이사장인 공익인권법재단에 근무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재판관은 현재 국회 측 대통령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대표다. 윤 대통령 측은 또 정 재판관에 대해 "진보적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자 회장을 역임했다"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진보성향 법관 모임으로서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이자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지난 2일 국민의힘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선출된 조한창 재판관과 함께 취임했다. 관례상 여야 합의 몫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이 주도해 추천·선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는 보류된 상태다.
정 재판관 등 2인 임명 이전 헌재는 6인 체제였다. 윤석열 정부 시기 임명된 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이 중도·보수성향,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다. 윤 대통령 측은 기피 신청으로 진보성향 재판관 배제를 노렸단 해석이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는 망신주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진술 거부를 시사했다. 대리인단의 윤갑근 변호사 등은 경찰을 향해 "불법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야겠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리인단은 또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무기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야당 측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다. 행정안전부에 대해선 경찰을 지휘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라고 요구하고, 군사시설 기밀사항 유출 수사·처벌 등을 주장했다. 헌재엔 14일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불출석을 통보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첫 변론기일에 신변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돼 불출석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