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협, 12월 'R&D RSI' 역대 가장 낮아
전달 대비 하락세..대기업 최다 낙폭 기록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과 탄핵 가결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심리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연구개발 투자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대기업의 낙폭세가 컸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연구소 보유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연구개발전망조사'(RSI)를 실시한 결과, 11월보다 12월의 하락세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 이후인 11월 조사에서 연구개발 RSI는 94.6, 인력 RSI는 93.7로 전년과 비슷한 100 이하의 다소 위축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가결 등 국내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진 12월 조사에서는 투자 RSI가 79.6, 인력 RSI가 84.2로 전월(11월) 대비 각각 15p, 9.5p 감소했다. 한 달 만에 투자 RSI, 인력 RSI 모두 이례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RSI가 100 이상이면 연구개발과 연구원 채용이 해당 연도보다 증가하고, 100 미만이면 감소, 100은 해당 연도와 비슷함을 의미한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를 보면 역대 조사 이래 RSI 지수가 90 이하로 떨어지긴 처음이고, 코로나19 때보다 더 낮게 나와 산업계의 투자심리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국내 탄핵정국 등 국내외 경제·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산기협은 분석했다.
11월, 12월 투자 RSI를 기업 유형별로 보면 대기업은 97.6에서 80.3으로 17.3p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견기업은 96.3에서 85.6으로 10.7p, 중소기업은 88에서 73.8로 14.2p 떨어졌다.
인력 RSI는 대기업이 98에서 85.9로 12.1p로 가장 크게 하락했다. 중견기업은 91.7에서 84.3으로 7.4%p, 중소기업은 87.7에서 81.1%로 6.6p 뒷걸음쳤다.
산업별 투자 RSI를 보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11월보다 12월에 부정적 전망이 더욱 두드러졌고, 건설(-30.9p), 정보통신(-28p), 서비스(-27p) 순으로 낙폭이 컸다. 반면 소재 사업은 11월 87에서 12월 96.7로 9.7p 확대된 것으로 조사돼 대조적이었다.
이는 특허출원·등록 결정, 대표의 의지 변화, 신규사업 기회 확보, 사업 아이템 증가 등의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산기협은 설명했다. 인력 RSI도 전 산업에서 수치가 감소했고, 서비스산업은 당초 확대(101)에서 축소(76)로 전환되며 가장 큰 하락세(-25p)를 기록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기업들은 내수 부진에 더해 국가 신인도 문제, 국제관계 불안 등이 가중돼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없음을 토로했다"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일수록 정부는 기업의 R&D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고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R&D 지원사업과 조세지원 등의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