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토권 제외·수사인력 축소
윤 증인 채택 협상은 양보 안해
與, 이탈표에 자체 구상안 제안
외환죄 두고 내부 입장차 조율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탄핵 정국 속에서 대여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내란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을 국회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수정된 내란특검법 대신 자체적인 '계엄특검법'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수정안에 당초 여당이 원하는 '제3자 추천' 방식이 도입되긴 했지만 외환특검법이 추가되고 수사범위 등에 이견이 드러나며 여야 간 갈등이 극명해서다. 국민의힘은 지난번 재의결 당시 처음 투표 때보다 이탈표가 많이 발생하면서 자체 구상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주도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했다. 야 6당이 지난 9일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은 제삼자인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고 수사 범위에 윤 대통령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일으키려 했다는 '외환 행위'를 추가한 게 핵심이다. 야당이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인 '비토권'을 제외했으며 군사 비밀이나 공무상 비밀 등의 유출 우려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대신 내용을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특검 파견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 인력을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했고 수사 준비 기간을 포함한 수사 기간도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민주당은 늦어도 1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는 내란특검법을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란특검법의 위헌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란죄를 단정하는 표현이 특검법 이름에 들어간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정상적인 행위조차 마치 외환죄인 것처럼 문구가 들어간 것 역시 법의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은 본회의 전까지 국민의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체 특검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란특검에 더해 윤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채택도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증인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반드시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등 170여명을 기관 증인으로 채택하고 향후 운영 일정에 관한 사안을 의결한 바 있다. 특위는 14~15일 기관보고를 받고 이후 청문회와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청문회는 오는 22일과 다음 달 4일·6일 총 세 차례, 현장조사는 오는 21일과 다음 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다. 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주 안으로 일반 증인 채택에 합의해야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날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며 만일 출석을 거부할 경우 동행명령권 발부와 법적 처벌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도 함께 불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윤 대통령 증인 채택 여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비상계엄과 내란 진상규명에 일말의 의지가 있다면 증인 채택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번 국정조사는 사법 절차를 앞둔 윤석열이 국민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대통령직을 수행한 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해야 하고 그것이 본인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직격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어떤 자체안을 발의할지 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은 하나로 좁혀지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이 된 '외환죄'를 빼냐, 마느냐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반국가적인 내란외환특검법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공수처의 수사권 없는 수사, 불법 체포영장 집행, 관할 법원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질서 있는 수사를 위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부결 다음 날, 단 하루 만에 내란외환특검을 내놨다"며 "일주일 만에 통과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졸속입법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권 원내대표는 "내란외환특검은 민주당 산하 경찰청을 하나 만들어 국민 전체를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108명 국민의힘 의원 모두 수사대상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내란외환특검은 10번째 특검법"이라며 "탄핵중독, 특검중독으로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은 "특검 자체가 협상이 돼선 안 된다. 민주당의 특검은 저지의 대상"이라며 "사실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으니 우리 당 지도부, 법사위원들은 다 이 영장이 원천 무효, 명백한 불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지 말자는 입장이나 이미 제출된 수정안에서 외환죄를 덜어내는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윤 의원은 "특검법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지만 몇몇 뜻 달리하는 분들이 있어 지도부가 나서서 이 특검은 정치특검, 민주당발 선전선동의 도구라는 점으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선영·안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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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삼자 추천' 내란 특검법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