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교통비 등 부담 증가
환율 치솟으며 휘발유·경유가 ↑
난방비 등 에너지 인프라도 영향
'탄핵 정국' 으로 국정 동력이 약해지면서 억눌려있던 물가가 연이어 치솟을 조짐이다. 15년 동안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에 이어 교통비 부담도 한층 늘어날 조짐이고, 여기에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전기·가스요금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연초부터 주요 식품·유통업체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소위 '그립감'은 예년만 못하다.
경제 컨트롤타워 격인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최상목 부총리는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여야 정치권의 윤 대통령 탄핵 공방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진 것은 석유제품 가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후 5시 현재 주유소 판매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3.36원 오른 리터 당 1702.29원을 기록 중이다. 전국 경유 평균 가격도 전날보다 4.06원 올랐으며, 등유 가격도 상승세다.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은 작년 10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작년 12월 계엄령 사태 이후 환율이 치솟으면서 가격 상승세를 더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잠잠하던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81.49달러까지 올라 4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10월 8일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78.3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차 유류비 뿐 아니라 난방비,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국가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전력과 같은 주요 에너지공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누적적자가 상당해 원가부담을 버텨낼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평상시보다 더 심각하다.
이 뿐만이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은 지하철 요금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정부는 17년 연속 등록금 동결 기조를 고수하고 있으나, 일부 대학들이 인상을 강행할 경우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처럼 민간·공기업에 가격 동결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이 원가인상 고통분담을 어느정도 수용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소용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압박보다 생존위기가 더 절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와 달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비축물자를 풀거나 할인 지원사업을 하는 등 소극적인 개입을 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당국 관계자는 "비축 물량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대응하고, 시장 가격이 떨어지는 게 충분치 않다고 판단이 되면 품목에 대해서 할인 지원 사업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주 중 현장에 방문하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 무 등 농산물 1만1000톤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