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계획 발표 이후 하루에 100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36거래일간 보통주 3880만주와 우선주 536만주를 더해 총 4416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이사회에서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를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다음 달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를 사들이는 것이 삼성전자가 제시한 목표치다. 이날까지 목표치의 77.5%를 채웠다. 금액으로는 보통주 2조1235억원, 우선주 2459억원 총 2조3694억원이 투입됐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매일 일 평균 거래량의 10%에 육박하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주가 변동은 크지 않았다.
발표 당일 '4만전자'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5만3500원까지 반등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자사주 매입 소각 효과가 한 번에 선반영되며 실제 매입 효과는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2.17% 내린 5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실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11월 20일 5만5300원보다 더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력 상품의 업황 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작년 4분기 실적 역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력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하방 압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뉴욕증시부터 시작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 확대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정책 불확실성까지 커지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향후 7조원이 넘는 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정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2026년까지 10조원 가까운 돈을 배당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예상이 가능한 수준이었던 만큼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라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주식 유통물량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결국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대내외 정책 여건과 내부 경쟁력 강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