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502곳 유상증자 단행
코스닥 상장사, 3년 연속 증가세
실적없이 몸집 크면 주당이익 ↓
코스닥 상장사, 3년 연속 증가세
실적없이 몸집 크면 주당이익 ↓
기업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 수단인 유상증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상장사가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나, 업계에선 상법 개정을 앞두고 더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투자자들은 불만이다.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식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유상증자를 실시한 국내 상장사는 총 502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사는 77사, 코스닥 상장사는 425사에 달했으며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본금은 코스피, 코스닥 각각 2조2757억원, 1조3035억원 수준이었다.
코스피 상장사 기준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의 수는 전년(78사) 대비 한 곳 줄었지만, 자본금은 16.78% 늘었다. 앞서 2021년부터 유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지만, 올해 다시 소폭 증가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최근 3개년 연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엔 392사가 유상증자로 6395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했던 반면, 올해 33개사가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하면서 2년 사이 자본금은 두 배, 발행된 주식 수는 16억1217만주가 증가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투자자로부터 조달받은 금액으로 시설 확충, 인수합병(M&A), 재무 건전성 확보 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반기지 않는다. 기업 실적이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행된 주식 수만 늘어나면 주당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그칠 수 있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장사의 경우 기존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곳에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알려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테라젠이텍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13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배정대상자는 창업주 고진업 회장의 아들 고재훈 씨로 오는 2월 14일까지 유증 납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유상증자를 2세 지분승계에 이용한 것이다.
반도체 기판 제조사 이수페타시스는 2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를 인수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강행해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병원운영기업 차바이오텍은 전체 시가총액의 40%에 해당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금 중 일부를 자회사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차바이오텍 또한 주주들의 반발과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요구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단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본다. 작년 말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는 유상증자 시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 보호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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