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매년 150곳 이상 문닫아
전국 1만863개… 21년만 최저치
차량 접근성 좋아 서울 도심 인기
토양 정화 마치면 유리한 용적률
전국 1만863개… 21년만 최저치
차량 접근성 좋아 서울 도심 인기
토양 정화 마치면 유리한 용적률
수익성이 악화한 주유소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유소 부지가 도심 개발부지로 각광받고 있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구반포역 인근에서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고급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의 미분양 물량 분양이 진행 중이다. SK반포주유소였던 이 부지는 코람코자산신탁이 매입한 후 2개동 최고 20층, 148실 규모의 오피스텔로 개발 중이다. 84㎡ 타입 분양가는 22억~26억대로, 3.3㎡당 분양가가 7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초입에 위치해 줄을 서서 주유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던 SK엔크린 합정주유소는 지난 2021년 지상 20층, 총 144실 규모 오피스텔 '합정역 스퀘어리버뷰'로 개발 완료했다. 광진구 건국대 인근 SK청담대교주유소도 '더라움 펜트하우스' 오피스텔로 2022년 '집들이'를 했다. 지난 2018년 시행사 트라움하우스(라움PFV)가 일반상업용지에 있었던 주유소를 약 101억9700만원에 사들여 개발했다. 용산구 한남동 GS칼텍스 한강주유소 부지는 마스턴투자운용이 지하 7층~지상 11층 규모의 83실 고급 오피스텔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코람코자산신탁은 자사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코람코에너지리츠가 보유한 서울 안국역 앞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약 3700㎡(1100평) 규모의 코리빙(공유주거) 하우스를 개발하고 있다.
상업시설로 개발한 사례도 많다. 전북 정읍시의 카페 '분더 퓨얼'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를 개조해 이색 분위기의 카페로 운영 중이다. 서울 학여울역 인근 LG전자베스트샵 대치본점도 과거 SK대치동 주유소였다. 영등포구청역 인근 GS칼텍스 대영주유소 부지는 KLK 유윈시티 지식산업센터로, 양평동 옛 현대주유소 자리가 자이비즈타워 지식산업센터로 개발됐다.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개발사업을 통해 변신하는 모습이다. 주유소는 지난 1990년대 자가용 대중화와 함께 호황을 누렸지만, 전국 1만3000여곳으로 정점을 찍은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150곳이 넘게 문을 닫았다. 한국석유관리원 석유 정보서비스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863개로, 해당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3년(1만849개)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과당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률1% 수준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아시아 최초로 주유소 부지를 자산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를 만들어 2020년 상장했다. 총 1조2452억원에 인수한 187개 주유소를 운용해 임대수익을 내고 다양하게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 목동 양천주유소와 대전 둔산동 대전청사주유소 등 전국 13개 주유소를 매각하고 있다.
입지가 좋은 주유소를 두고는 치열한 입찰 경쟁이 펼쳐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개발할 땅이 부족한 가운데 주유소 부지는 차량 접근성이 우수한 토지다. 다만 토양오염 정화 비용 등에 수억원이 따로 들어가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요소 부지 입찰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는 주유소 사업을 확장하기를 원하는 정유 사업자이지만, 도심 요지의 경우 디벨로퍼들도 괌심을 보이고 있다. 위험시설 처리와 토지 정화를 모두 마치고 매각하는 부지들의 경우 토지 용도에 따라서 유리한 용적률을 적용받아 개발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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